평일에도 탐방객들로 북적
울긋불긋한 가을빛 한가득
구석구석 진귀한 생태자원
단풍나무 언덕길 하이라이트
편도 3차선은 될 것 같은 넓은 통행로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아름드리 단풍나무는 햇빛에 반짝이는 새빨간 잎들을 자랑하며 서 있다. 너도나도 휴대폰을 꺼내들고 가을 정취를 담기 바쁘다. “가까이에 이런 좋은 곳이 생긴건 정말 큰 행복이야.” 울긋불긋 가을빛 가득한 수목원을 걷는 동안 행복감이 밀려온다.
지난 5일부터 상시개방에 들어간 서울대 안양수목원을 찾았다. 주말에는 인파로 넘쳐난다는 소식이 벌써 쫘악 퍼졌기에, 평일인 수요일을 골랐다. 하지만 수목원으로 향하는 예술공원길을 줄줄이 오르는 차량 행렬이 심상치 않다. 역시나, 수목원 인근 공영주차장에 들어가기 위한 차량 대기줄이 족히 100m는 이어져 있다. 예술공원 입구의 대형 공영주차장으로 차를 돌렸다. 그곳 역시 차량들이 가득하다.
예술공원길을 천천히 걸어 수목원으로 향한다. 길을 따라 줄지어 선 벚나무들은 벌써 잎이 많이 떨어졌지만, 가을의 운치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식당들마다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20분쯤 걸어 올라가 수목원 입구에 도착했다. 지난 여름 안양예술공원을 찾았을때 굳게 닫혔던 수목원 정문(8월 3일 보도)이 한쪽 문을 활짝 열고 탐방객들을 반긴다. 입구에 배치된 안내원이 음식물이나 탈 것들을 통제하고 있다. 수목원 자원 보호를 위해 수목원에는 생수를 제외한 음식물, 유모차·휠체어를 제외한 자전거·개인형이동장치 등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정문 옆에 자리한 교육관리동에는 지난 5일 제막식을 한 ‘서울대학교 안양수목원’ 현판이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 현판과 나란히 걸려있다. 오랜 역사를 상징하듯 색이 바랜 ‘관악수목원’ 현판 옆에 반짝이는 ‘안양수목원’ 현판이 커다란 변화를 실감하게 한다.
교육관리동을 지나면 ‘리기테에다소나무 시험지’다. 1959년 심어졌다는 리기테에다소나무가 시원하게 뻗어오른 시험지 가운데쯤에 작은 공간과 벤치들이 배치돼 있어 소나무 그늘 아래 잠시 쉬어가기 딱이다.
이곳부터 본격적으로 수목원 주 통행로가 시작된다. 3차선 도로 정도의 넓은 통행로는 평일임에도 탐방객들이 가득하다. 갈래길에서 왼쪽 작은길로 빠지면 관목원과 단풍나무길로 이어지는 오솔길인데, 탐방객들은 눈 앞에 보이는 커다란 단풍나무들의 자태에 홀린듯 모두 큰 길을 따라간다. 아름드리 단풍나무 앞은 너도나도 휴대폰을 꺼내들고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가을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단풍의 색이 눈부시게 곱다.
길 양쪽에는 화단이 길게 이어져 있다. 대부분 잎이 져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흔치 않은 식물들이 빼곡하게 심겨진 귀한 화단이다. 갯기름나물, 족도리풀, 쇠물푸레나무, 난티나무, 물들메나무, 콩배나무, 알바조팝나무, 산국수나무, 양산국수나무 등등 이름도 생소한 작은 나무와 풀이 가득하다. 각양각색의 잎과 꽃이 피어날 내년 봄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통행로를 따라 주욱 늘어선 아름드리 나무들도 하나하나 수종을 적은 표식이 붙어있다. 다릅나무, 합다리나무, 곰의말채, 은종나무, 털고로쇠나무, 미국풍나무, 사사프러스 알비둠, 일본왕단풍, 서어나무, 올벚나무, 당느릅나무... 온갖 종류의 나무 이름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가 넘친다.
조금 더 걸으면 소잔디원과 온실, 수생식물원이 차례로 등장한다. 온실은 수목자원 보호를 위해 개방에서 제외돼 아쉽다. 수생식물원은 규모는 작지만 연꽃이 가득하고, 연못 옆으로는 각양각색의 붓꽃 종류가 심겨진 화단이 자리해 내년 봄을 기대하게 한다.
교재원과 숙근초원을 지나 모퉁이를 돌면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선 멋진 광경을 만난다. 이곳부터는 커다란 수목들을 즐기며 걷는 길이 이어진다. 역시나 벚나무, 잣나무, 참나무, 밤나무, 아까시나무 등등 하나하나 다른 나무들이어서 수목원의 가치가 느껴진다.
탐방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하이라이트 장소로 꼽는 ‘단풍나무 언덕길’은 침엽수들이 줄지어 선 길을 지나면 만날 수 있다. 빨간색 노란색 단풍이 알록달록 예뻐서 수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꺼내드는 사진 명소다. 이곳을 지나면 계곡물을 가둔 작은 보를 만난다. 언덕길을 올라 보를 지나면 아담한 저수지다. 저수지를 따라서도 곱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단풍나무길은 수목원 후문까지 길게 이어진다. 중간중간 단풍이 무성한 곳마다 사람들이 북적인다. 언덕길을 올라 후문에 도착하면 안내원이 “이곳까지가 수목원이고 후문을 나가면 관악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라고 안내한다. 수목원도 볼 겸 관악산을 오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은 이곳을 나가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한다.
후문에서 발길을 돌려 단풍나무길을 되돌아 내려오면 중간지점 대잔디원 인근에서 작은 단풍나무길로 들어서는 갈림길을 만난다. 수목원 정문 부근에서 갈라진 작은 단풍나무길이 다시 합쳐지는 곳이다. 작은길은 전형적인 오솔길인데, 큰길과 다른 호젓한 맛이 있다. 역시가 중간중간 커다란 단풍나무들이 빨갛고 노란 잎들을 반짝이며 탐방객들을 맞는다.
작은 단풍나무길을 따라 수목원 입구쪽으로 내려오면 관목원 옆에 자리한 ‘산림복합체험장’을 만난다. 살짝 안을 들여다보니 목공체험이 한창이다.
수목원 정문에서 후문까지 개방된 구간은 거리로는 약 2㎞, 면적으로는 20만㎡다. 느긋하게 수목들을 살펴보고 사진도 찍으며 쉬엄쉬엄 걷다가 쉬다가 하면 두세시간이 훌쩍 지난다.
귀중한 산림자원들로 가득한 서울대 안양수목원은 ‘안양9경’중 ‘제1경’으로 꼽히는 안양예술공원에 큰 가치를 더했다. 안양의 역사가 가득한 안양박물관·김중업건축박물관, 문화예술과 맛집이 가득한 안양예술공원, 산림 생태자원의 보고 안양수목원과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황금 코스’가 드디어 완성된 느낌이다.
안양/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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