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등본에 해당하는 구 주민등록표(구원장1)는 1962년 제정된 주민등록법에 근거해 등장했다. 이름·성별·생년월일·주소·세대주와의 관계 등을 기재했다. 주민등록번호는 6년 후인 1968년 11월 21일 도입됐다. 그해 1·21 사태 이후 국가안보론이 강조되면서 국민에게 고유번호를 부여한 것이다. ‘구원장1’을 옮겨 적은 구 주민등록표 ‘구원장2’는 1968년부터 1978년까지 사용됐다. 세대별, 개인별 종이 주민등록표는 1978년 만들어져 2005년까지 쓰였다. 그 사이 정부는 1989년 전산화 작업을 시작해 1994년 완료했다. 종이와 전산화 발급을 병행하다가 2005년 이후 전산화된 주민등록표로 완전히 전환했다.
혈족 중심으로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주민등록등·초본은 재혼 가정의 가족을 부정하는 역설적 서식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 자녀를 둔 재혼 가정의 경우 세대주의 아들·딸은 ‘자녀’로, 재혼 배우자의 아이들은 ‘배우자의 자녀’다. 재혼으로 한 가족이 됐지만 서류상으로는 ‘한 지붕 두 가족’인 것이다. 재혼 가정의 자녀들은 등본을 통해 타인임을 확인한다. 가족의 정서적 연대를 법이 가로막는 셈이다. 2016년 이전에는 재혼 자녀를 ‘동거인’으로 표기했었다. 2021년 시대착오적 표현인 ‘계부·계모’를 ‘부·모’로 바꾸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민법상 혼란을 우려해 시행되지 못했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주민등록법 시행령·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불필요한 개인정보가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표기방식을 손질한다. 이르면 내년 10월부터 시행된다. 세대주의 배우자 외 가족(부모·자녀·형제자매 등)은 모두 ‘세대원’으로, 삼촌 등 친척이나 제3자는 ‘동거인’이 된다. 재혼한 경우 ‘배우자의 자녀’는 ‘세대원’으로 표기된다. 애매한 호칭으로 뭉뚱그리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은 등본에 한글과 로마자 성명을 동시에 올릴 수 있다. 그동안 가족관계등록 서류에는 한글 이름, 등본에는 로마자로만 적혀있어 동일인임을 증명하는 데 진땀을 뺐다.
재혼 부부·다문화 부부·혼외 출산 등 복합가족 시대다. 개인의 정체성에 상처를 주고 편견을 조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 안정성이 더욱 중요한 때다. 여론을 경청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는 건 정부의 의무다. 제도는 사람을 품고 시대를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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