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받는 ‘인천 女초등생들 성추행 피해’ 조사과정
“성기 모형 재현” 발언… 위촉 해지
당시 ‘짓궂은 행동’으로 치부하기도
1년 7개월만에 법원서 학폭 인정돼
임지훈 의원 “다양성 확보 등 주문”
인천 한 초등학교에서 남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학생들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 조사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겪는 등 2차 피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추행 피해를 당했는데도 되레 학교폭력 가해자로 몰렸던 이 여학생들은 학부모들이 인천동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처분에 대한 항고 소송’ 항소심에서 최근 승소하며 누명을 벗었다. (11월13일자 6면 보도)
인천동부교육지원청은 지난해 4월께 학폭위를 구성해 인천 한 초교에서 발생한 성추행 등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했다.
이 학교에서는 6학년 여학생 7명이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 같은 학년 남학생으로부터 성추행 등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남학생이 자신들의 엉덩이나 가슴 등을 만지거나 밀쳤고, 지우개로 성기 모양을 만들어 책상 위에 붙였다는 내용이었다.
남학생 측은 이에 맞서 “성추행은 없었다.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집단으로 따돌림하고 있다”며 여학생들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했다.
여학생들은 이후 학폭위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겪기도 했다. 한 조사위원이 여학생들에게 성추행 피해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남학생이 지우개로 만들었다는 성기 모양을 직접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가 학부모들의 항의로 위촉 해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 피해 여학생 학부모는 “보호자 없이 딸아이가 혼자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위원이 성기 모양을 만들어보라고 지우개를 던져줬다고 한다”며 “아이가 집에 돌아와 너무 무섭다고 호소해 학교에 항의했다”고 했다.
또다른 피해 여학생의 학부모도 “아이와 함께 조사에 들어갔는데, 직접 지우개로 모양을 만들어보라고 해 조사위원한테 화를 냈었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학폭위는 남학생이 여학생들의 신체를 접촉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이 남학생의 행동을 ‘짓궂은 장난’ 정도로 치부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제공한 학폭위 회의록을 보면 한 조사위원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남학생이 의도를 갖고 했다기보다는 산만하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스치듯 지나간 게 아닐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른 조사위원 역시 “학생을 직접 희롱하려는 의도가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괴롭히려고 했다기보다는 주변 친구들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발언했다.
결국 학폭위 8명의 위원은 2대 6으로 의견이 갈리며 해당 사건을 ‘학교폭력 아님’으로 처리했다. 이러한 판단은 법원이 최근 남학생의 행동을 학교폭력으로 인정하면서 뒤집혔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7개월 만이다.
법원은 지난 4일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시기인 참가인(남학생)의 나이를 고려하면, 다수의 여학생에 대한 반복적이고 일방적인 신체 접촉 행위는 성적 호기심이나 성적 관심의 발현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일상적인 놀이나 생활 과정에서 발생한 수준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 소식을 접한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임지훈(무·부평5) 의원은 “조사위원의 전문성이 떨어지면 2차 피해가 생길 우려가 있고, 조사 기간도 길어지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 보니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까지 이어져 뒤집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시교육청에 학폭위 전문성 확보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 의원은 최근 ‘성 관련 학교폭력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조사위원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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