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자로 분류돼 보호 장치 미비
판매대금,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
中企 리스크 여전… 법제화 논의 중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의 파산으로 10만여 판매자가 판매대금 전액을 잃을 위기(9월 16일자 12면 보도)에 처하며 온라인 정산대금의 금융적 성격에 대한 규제 공백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는 위메프의 1년 4개월간 이어진 회생 절차 폐지 결정을 확정하고 파산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큐텐’의 계열사인 위메프, 티몬 등은 정산 지연을 시작으로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티몬은 지난 6월 신선식품 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가 181억원을 들여 인수했지만 위메프는 끝내 인수자를 찾지 못해 파산이 확정됐다.
법원이 공개한 회생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발생한 피해자는 약 10만8천명, 피해액은 5천8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경기도 내에도 정산지연으로 피해를 본 업체가 45곳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의 피해액은 일반채권으로 분류돼 위메프 파산 후 정산금은 배당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처럼 이커머스 플랫폼 내에 판매자가 받은 대금이 부도 시 일반채권으로 분류돼 보호받지 못하는 구조가 확인되자 일각에선 정산대금 안전장치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커머스 플랫폼 상에서 발생한 판매대금은 형태상 오프라인 유통사의 납품대금과 유사하지만 이커머스의 법적지위는 유통사가 아닌 ‘중개업자’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대금의 분리보관이나 우선변제 등 기본적인 보호 조치는 적용되지 않는다. 판매대금이 사실상 회사의 현금흐름 안에서 운영자금처럼 쓰일 수 있는 구조여서 유동성 악화 시 정산 지연과 부도로 바로 이어진다. 위메프의 파산 절차에서 판매자 정산금이 일반채권으로 밀리며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진 것도 같은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은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을 받아 납품대금 지급 기한과 분리 관리가 의무화돼 있고 정산 지연 시 과징금 등 제재 조치가 마련돼 있다. 판매자가 상거래 과정에서 받을 대금이 일정 부분 보호되는 구조인 반면 온라인 판매대금은 파산 시 후순위 순번에 놓이며 사실상 전액 손실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된다.
사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커머스의 정산기한과 판매대금 보관 의무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적용 범위와 규제 강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해당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 9월 전자지급결제대행사가 보관하는 정산자금의 60% 이상을 신탁·보증보험 등으로 외부관리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제대행 영역에 한정된 조치로 정작 판매대금을 직접 보관·운용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보호 공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산대금 일부에 보증보험을 적용하거나 정산 흐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라며 “판매자들이 리스크를 회피하며 대형 플랫폼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아 중소 플랫폼 생존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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