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고령 운전자 사고 막을 대안은?
자진 면허반납 도민 참여 감소세
‘치매’만 거르는 검사… 질환 운전자 관리 ‘구멍’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도 2029년 신차부터 적용
“현행 제도 실효 부족, 적극 대책 나서야”
부천 제일시장 트럭 돌진 사고로 고령 운전자의 안전성 문제가 재차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행 대책이 운전자의 자진 면허 반납에만 의존하는 반면 이번 사고처럼 질환이 있는 운전자에 대한 제도적 공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마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반복되면서 적극적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도 내에 65세 이상 운전자가 반납한 면허는 지난해 2만5천48건으로, 2023년(2만6천418건) 보다 줄었다. 반납 면허는 2022년 2만7천238건으로 최다를 기록한 후 감소 추세며 반납 인원은 도내 전체 고령 운전자 중 2% 정도만 속한다.
현재 고령 운전자 관련 대책은 면허 반납제가 사실상 유일하다. 도내 대부분 지자체는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교통 지원금 10~2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면허 취소의 강제성이 있는 고령 운전면허 갱신 제도의 경우 만 75세 이상부터 3년 주기로 치매 선별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지난해 기준 치매 운전자 1천235명 중 4.7%인 58명만 불합격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형 사고는 반복되고 있어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부천 제일시장 사고를 낸 60대 후반 운전자 A씨는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모야모야병은 일시적 두통에서 심하면 뇌경색까지 발현될 수 있는 뇌혈관 질환이다.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질환은) 운전과 상관이 없고, 운전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치매뿐 아니라 인지 능력과 판단력 등 운전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진단받은 고령 운전자들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만 75세 이상에게 진행하는 치매 검사는 형식적 절차에 그친다”며 “고령 운전의 안전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매뉴얼을 만들어 의료진에게 배포해 의사의 소견서를 통해 고령 운전자의 운전 컨디션을 세밀하게 평가하는 디테일한 제도를 준비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고령 운전자 대형 사고가 운전 미숙으로 발생하는 만큼,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의무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차량 내 센서로 운전자의 급가속을 억제하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2029년부터 의무화될 예정이지만 신규 차량만 적용 대상이다.
사망자 2명 등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천 사고의 운전자 A씨는 사고 초기 ‘급발진’을 언급했지만, 경찰이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9명을 숨지게 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건의 운전자 역시 급발진을 주장해 왔지만, 지난 8월 법원은 항소심에서 금고 5년을 선고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행 운전면허 반납 제도와 치매 검사 등의 대책은 사실 실효가 별로 없다고 본다”며 “오조작 방지 장치를 2029년부터 신차에 적용한다고 했지만, 더 피부로 와닿는 대책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고령 운전자에 한해 기존 차량에도 장치를 탑재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그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제도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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