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모호’… 위반 여부 판단 논란

李 대통령 “저질스럽다” 개정 피력

국회 개정안 상정 ‘자유 침해 우려’

14일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인근 차도 한 가운데 걸린 현수막. 2025.11.14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14일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인근 차도 한 가운데 걸린 현수막. 2025.11.14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지난 14일 찾은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인근. 차도 한 가운데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해당 현수막에는 ‘시진핑 장기이식으로 150세’, ‘실종자 급증 장기매매 몸조심’ 등 자극적인 문구가 담겨 있었다. 모두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경기대학교 근처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관계를 의심케 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두 현수막 모두 A 정당에서 내걸었다. 현수막을 본 김모(27)씨는 “어느 순간부터 선거철이 아니어도 정치 관련 현수막이 너무 많이 보여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이나 비방이 담긴 현수막은 보기에도 안 좋고, 혹여나 믿는 사람이 있을까봐 걱정도 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대선 당시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담긴 정당 현수막(5월16일자 5면 보도)이 곳곳에 걸리면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선거가 한참 지난 현재까지도 비슷한 현수막들이 목격되고 있다. 정당 활동으로 보호받는 현수막 게시를 막을 방안이 마땅치 않자 대통령이 나서 법안 개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장르포] 왜곡정보 현수막 대선국면서 활개

[현장르포] 왜곡정보 현수막 대선국면서 활개

‘가짜뉴스’를 담은 정당 현수막이 대선 정국을 틈타 거리에 활개를 치고 있지만 단속은 미온적이다. 일반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수막으로 민원은 늘고 있지만 선거관리위원회도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다. 15일 오전 찾은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한 사거리에 걸린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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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법에 따르면 자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인쇄물·시설물·광고 등을 이용해 홍보하는 행위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된다.

다만, 정당 광고물이라도 인종차별·성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내용의 금지사항을 포함(옥외광고물법 제5조제2항)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법안 내용이 모호한 탓에 일선 공무원이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거리에 걸린 정당 현수막 내용 때문에 불쾌하다는 주민 민원이 많이 들어오지만, 현수막에 담긴 내용을 이유로 지자체에서 제재할 수는 없다”며 “현수막 내용의 차별이나 인권 침해 여부를 공무원이 직접 판단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 대통령이 나서서 법안 개정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길바닥에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도 정당이 게시했다고 해서 철거하지 못 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며 “악용이 심하면 법을 개정하든 없애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현수막 등에 인권 침해 내용이 포함될 경우 시장 등이 옥외광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현수막 규제가 정당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현재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것이 아니다. 검증되지 않는 내용은 표현의 자유를 되레 오염시킨다”며 “거짓말이나 모욕과 표현의 자유를 구분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점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