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책임 소재 불명확해져
‘벤츠 컨퍼런스’ 앞 피켓 시위
피해 복구 진행중… “성의를”
지난해 여름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큰 피해를 본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입주민들이 해당 차량 제조사에 보상을 촉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경찰이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해 차량 제조사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면서 피해 보상이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어서다.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입주민 40여명은 지난 14일 중구 영종도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미래 전략 컨퍼런스’ 행사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11월14일 온라인 보도)
지난해 8월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벤츠 전기차 화재로 차량 140여대가 그을리거나 전소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다수 가구에 수도와 전력 공급이 끊겨 입주민들은 임시 거주시설에 머무르는 등 불편을 겪기도 했다.
화재 직후 벤츠코리아는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아파트 피해 복구와 입주민 생활 정상화 등을 위해 쓰겠다며 300만 유로(약 44억원)를 ‘아이들과 미래재단’을 통해 기탁했다. 또 차량이 파손된 가구를 위해 벤츠 E200 모델 131대를 1년간 무상 지원했다.
이후 입주민들은 벤츠코리아와 구체적인 피해 보상을 위한 논의를 이어갔다. 당시 벤츠 측은 “조사 결과가 나오고 상황이 명확해지는 대로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경찰이 화재 원인을 끝내 밝히지 못하면서 벤츠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졌다. 경찰은 19명 규모의 전담팀을 구성해 합동감식, 압수수색 등을 벌였으나 배터리 팩 하부가 외부 충격 등에 훼손됐을 가능성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배터리 관리장치(BMS)가 훼손돼 데이터를 추출할 수 없었고, 외부 충격이 차량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에도 실패했다.
입주민들은 우선 개인이 들어놓은 손해보험 등으로 피해 복구에 나섰다. 그러다 벤츠가 지원한 차량의 반납일이 점점 다가오자 이날 진행된 콘퍼런스에 맞춰 시위를 연 것이다. 입주민들은 ‘벤츠 아웃(OUT)’을 외치며 벤츠 차량에 밀가루와 달걀을 던지기도 했다.
피해대책위원장인 최운곤(61)씨는 “벤츠가 제공한 차량은 12월이면 대부분 지원이 종료된다”며 “까맣게 탄 지하주차장은 1년간 공사 끝에 두 달 전에야 겨우 복구됐고, 놀이터 등 부대시설은 여전히 공사 중이거나 복구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주민들이 원하는 건 특별한 보상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만큼만 벤츠에서 성의를 보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소송 등을 검토했지만, 대형 로펌을 선임한 벤츠코리아를 상대로 법적 공방을 벌이기는 부담스러워 협의를 통한 보상을 바라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입주민 대표 등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보상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입주민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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