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채취’ 전용인데… 해양쓰레기 ‘무료 승·하차’

 

거첨도 선광·남항 영진부두로 반입

영진공사 하역업체 “전대 아냐…

폐기물 트럭 육지 이동만 허락해”

항만公 “기능 훼손 않아 문제 안돼”

지난 6월 인천시 중구 남항 영진공사 모래부두에 해양쓰레기 수집 운반선 ‘옹진청정호’가 정박돼 있다. /독자 제공
지난 6월 인천시 중구 남항 영진공사 모래부두에 해양쓰레기 수집 운반선 ‘옹진청정호’가 정박돼 있다. /독자 제공

인천 옹진군의 해양쓰레기 수거·운반선 ‘옹진청정호’가 해사(바닷모래) 채취 업체들의 모래 전용 부두를 불법으로 이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옹진청정호의 소유주이자 관리 주체인 옹진군, 항만 부두를 관리·감독하는 인천항만공사, 모래 전용 부두를 목적과 다르게 빌려준 하역 업체 등 모두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인일보가 입수한 인천항 ‘화물반입신고내역’을 보면 옹진청정호는 선박 운항을 처음 시작한 지난 4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11회에 걸쳐 인천항에 해양쓰레기를 반입했다.

옹진청정호가 신고한 하역 품목은 ‘화물자동차’로 기재돼 있다. 이는 옹진청정호가 섬 지역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실은 폐기물트럭이다. 옹진청정호는 거첨도 선광 모래부두에서 올해 4월과 8월 각 1회, 5월부터 지난달까지 남항 영진공사 모래부두(항동7가 101-2) 등에서 총 9회에 걸쳐 해양쓰레기를 반입했다.

문제는 옹진청정호가 해양쓰레기를 하역한 곳이 모두 ‘모래부두’라는 점이다.

애초 옹진군 소유의 옹진청정호는 옛 제1국제여객터미널 인근 관공선 부두(항동7가 82-7 일대)를 써야 한다. 인천시가 운영하는 해양환경정화선 ‘씨클린호’ 역시 관공선 부두에서 해양폐기물을 하역한다.

하지만 관공선 부두를 확보하지 못한 옹진청정호의 민간 위탁사업자 옹진해운은 모래부두에서 폐기물트럭을 내려 소각장에 가져가고 있다.

모래부두는 건설 골재 채취 업체가 바닷모래를 육상으로 하역하거나 배에 싣는 용도로 쓰인다. 바닷모래 업체들이 인천항만공사로부터 일정 기간 사용료를 내고 부두를 임차해 쓰고 있다.

취급 화물이 정해진 모래부두를 해양쓰레기 하역에 이용하는 것은 항만법 위반 소지가 있다. 항만법에선 항만시설의 용도를 허가 목적에 맞게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항만 관련 최상위 국가계획인 해양수산부 항만기본계획에는 영진공사 모래부두의 취급 화물이 ‘모래’로 정해져 있다. 이를 어기고 부두를 목적과 다르게 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부두 임차인이 당초 용도와 다르게 항만시설을 제3자에게 빌려주는 ‘전대’ 행위도 엄격하게 금지된다.

하역 업체인 영진공사는 옹진청정호에 실린 폐기물트럭이 육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모래부두 사용을 허락한 것일뿐, 전대 행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영진공사 관계자는 “옹진청정호에서 트럭이 내려 이동하는 것만 허락했다. 폐기물을 직접 하역을 한 게 아니다”라며 “옹진해운이 바닷모래 거래처여서 사용료도 받지 않았고, 전대(재임대)가 아니다”고 했다.

정박되어 있는 해양쓰레기 수집 운반선 ‘옹진청정호’의 모습. /독자 제공
정박되어 있는 해양쓰레기 수집 운반선 ‘옹진청정호’의 모습. /독자 제공

옹진청정호 관리 주체인 옹진군은 민간 위탁사업자에 책임을 넘겼다. 옹진군 관계자는 “옹진청정호 위탁사업자 공모에서 해양쓰레기 하역 부두를 사업자가 직접 마련하도록 명시했다”며 “관공선 부두 자리가 없어 위탁사업자가 모래부두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옹진해운 관계자는 “옹진청정호에 실린 차량(폐기물트럭)이 모래부두에서 승·하차한 것”이라며 “모래부두에 배가 정박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항만 부두 사용을 관리·감독하는 인천항만공사도 옹진청정호가 모래부두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모래부두라고 100% 모래만 하역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래부두 기능을 저해하는 행위가 아니면, 옹진청정호의 일시적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영진공사의 계약 위반 소지는 있지만, 항만법 위반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 모래부두 기능을 훼손시킬 만큼 행위가 이뤄지면 순찰을 통해 주의 조치하겠다”고 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공공재인 항만 부두의 관리·감독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부두를 확보하지 않고 배를 만든 옹진군도 문제지만, 항만법에 명시된 항만시설의 ‘용도 외 사용 금지’ 조항을 마음대로 해석하는 인천항만공사 역시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