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들 실태
도내 1040명 조사… 75% 비정규직
매맞고 욕먹어도 도움받을 곳 없어
보호 대상자 한마디에 일 잃을수도
“파리 목숨이죠. 언제 갑자기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요.”
수원에서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김미현(65·가명)씨는 언제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불안한 고용 현실을 ‘파리 목숨’에 비유했다. ‘을’의 위치에 있는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는 ‘갑’인 보호 대상자의 말 한마디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보호 대상자의 말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씨는 5년여전 시각장애인을 돌보던 중 이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당시 돌봄 대상자는 김씨에게 근무 시간을 조작해 부정 수급을 공모하자고 제안했다. 정부 지원금 일부를 본인에게 달라는 요구였다. 이를 거절하자 이튿날 해고를 당했다고 했다.
김씨는 “장애인지원센터에 문의하니 제 잘못으로 해고된 것으로 기록됐다”며 “가정이라는 단절된 공간에서 돌봄 대상자를 일대일로 마주하다보니 억울한 일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재희(71·가명)씨도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로 일하며 갖은 수모를 견뎌내고 있다. 배우자 병간호를 위해 일자리가 절실했기에 신체·언어적인 폭력에도 매일 일을 나선다.
최근에는 돌보는 어르신을 부축하다 ‘몸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그 순간에도 본인보다 어르신의 건강을 생각해야만 했던 이씨는 퇴근 후에야 몸 곳곳의 멍을 발견했다. 노인돌봄지원센터에도 하소연했지만 “골절이 아니면 치료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씨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어서 늘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고 도움을 받을 만한 기관이 없다는 게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지속되면서 가구 방문 돌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처럼 노동자들의 처우와 사회적인 인식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지난 6월10일부터 7월8일까지 도내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 1천4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는 여실히 드러난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일정 취소나 중단 통보를 월 1회 이상 경험한 비율은 24%였고, 업무 중 폭력을 당한 노동자도 29%에 달했다.
이런 결과는 이른바 ‘호출 노동’으로 불리는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의 다층적인 고용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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