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1월부터 ‘바로 묻기’ 금지키로

서울시는 시설 확충 실패… 유예방안 제시

인천 정치권, 한목소리로 단호히 막아내야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서울시는 시내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 전량을 자체 처리하지 못한다. 하루 평균 580t가량은 종량제 봉투째 인천 서구의 수도권쓰레기매립지에 묻고, 약 400t은 인천시·경기도의 민간 소각장으로 보내 태운다. 서울시가 자체 공공소각장 확충을 계획대로 이행하지 못한 탓이다. 그럼에도 시내에 민간소각장이 한 곳도 없어 인천, 안산 등으로 쓰레기를 외주화한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한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소각·재활용 과정 없이 매립지에 바로 묻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뚜렷한 대비책을 내놓지 않고, 직매립 금지 시행을 ‘적절히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서울시 입장으로 기울어 있는 듯하다. 기후부는 수도권 3개 시도 모두 폐기물 처리 계획이 미흡한 것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인천시와 경기도는 민간소각장 등을 이용해 어느 정도 자체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문제는 서울시다. 정부가 직매립 금지를 유예하겠다는 건 인천시민의 희생을 담보로 서울시민의 불편을 해소하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문재인 정부 시절 관계부처 논의를 통해 입안돼 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부 시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이 제도를 공식 발표한 건 2021년 2월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부터다. 앞서 2020년 9월 ‘자원 순환 정책 대전환 추진계획’을 내놓으면서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과 함께 직매립 금지 논의를 공식적으로 시작했고, 그 이듬해 법제화가 이뤄졌다. 수도권 3개 시도부터 직매립 금지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당장 시행하지 않고 그 시기를 오는 2026년 1월1일로 미뤘다. 폐기물 처리 시설을 확충할 시간적 여유를 준 것이다.

지난 5년간 서울시는 관련 시설 확충에 실패했다. 주민 반대 민원이 극심했다고 하지만, 그것만을 실패의 원인으로 보기는 힘들다. 서울시는 시 경계 너머 수십 킬로 떨어진 수도권매립지에 30여 년 간 폐기물을 버려왔다. 앞으로도 이곳에 서울 쓰레기를 더 매립해도 된다는 판단 아래 폐기물 정책을 추진한다. 시장·구청장이 주민들을 설득하고 갈등 관리를 하면서 반대 여론을 돌파하는 ‘무리수’를 쓸 이유가 전혀 없다. 정부가 내년 1월 계획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행일을 뒤로 미룬다고 해도, 서울시의 폐기물 처리 시설 확충 시기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 폐기물 정책 핵심 과제는 ‘발생지 처리 원칙 확립’이다. 폐기물 발생지와 처리 시설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사회적 비용은 높아지고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데, 서울시는 인천·경기지역에 의존하면서 근본적 문제 해결은 외면하고 있다. 국내 최대 도시 서울시 앞에서 흔들린다면 발생지 처리 원칙은 흐지부지 끝나게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때 인천시민에게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공약했다. 이 공약은 발생지 처리 원칙이 예외 없이 이행됐을 때에만 실행 가능하다. 기후부·인천시·경기도·서울시 4개 기관 협의를 통해 논의가 진행 중인데, 인천시만 고립돼 있다. 기후부와 서울시 등은 수도권매립지를 최대한 오래 사용하고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시기를 늦추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분위기다. 인천시는 민간소각장 등을 활용한 처리 계획을 이미 수립했지만, 나머지 기관은 ‘서울 쓰레기대란을 보고만 있을 것이냐’ ‘인천도 폐기물 자체 처리가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접근한다. ‘법대로 하자’는 인천이 홀로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기후부·서울시 등과 맞서는 양상이다.

인천지역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막아내야 한다. 인천 국회의원 13명 중 1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집권 여당 국회의원으로 정치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원래 도입하기로 한 제도를 계획대로 시행하라는 ‘정당한 요구’를, ‘떼쓰기 민원’으로 치부하지 말기를 바란다. 서울시 폐기물 처리 시설 확충 실패의 책임을 인천시민에게 돌리면 안 될 일이다.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