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들 ‘실태 발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전체 조사 ‘처음’

전문적 직업 인정 61% ‘그렇지않다’

최소 노동시간 법제화 등 정책 시급

국제 돌봄 및 지원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에 ‘돌봄권’을 명시할 것과 ‘돌봄기본법’을 제정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5.10.28 /연합뉴스
국제 돌봄 및 지원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에 ‘돌봄권’을 명시할 것과 ‘돌봄기본법’을 제정할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5.10.28 /연합뉴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최근 ‘도내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 실태 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6월10일부터 7월8일까지 도내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 1천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했다. 돌봄 노동자의 대상은 정부 예산 지원이 이뤄지는 일자리에서 일하는 도내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로, 돌봄 유형은 아동·노인·장애인·기타 등을 아우르고 있다.

돌봄 대상에 따른 구분없이 도내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 전체를 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에 대한 공식 국가 통계는 없었다.

■ 재단 실태 조사…‘가구 방문 돌봄 노동 가치에 비해 인식·보상 부족’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을 가치 있게 평가하는가’에 대한 문항에 응답자 중 절반 이상(60.3%)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내가 하는 일은 사회에서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정받는가’에 대한 문항에는 10명 중 6명(61.3%)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정형옥 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응답자들은 돌봄 노동의 사회적인 필요성과 가치는 높게 평가되고 있지만 사회적인 인식과 보상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돌봄 노동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안전한 노동 환경과 공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고용상태는 대부분 불안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10명 중 7명(75.2%)은 계약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돌봄서비스 대상자의 필요에 따라 계약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의 노동 여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 환경에 대해 묻는 문항에는 응답자 10명 중 2명(29%)이 ‘업무 중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언어적 폭력(17.7%)을 당한 이가 가장 많았고, 성희롱이나 성폭력(6.3%), 신체적 폭력(5.7%)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폭력을 경험한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대처 방법으로 ‘참고 넘어간다’고 답했다.

돌봄 업무 중 건강상 문제를 겪은 이는 응답자 10명 중 2명(22.1%)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에는 건강상 문제가 돌봄 업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다수였지만,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시피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경기도내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 1천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경기도 가구방문 돌봄노동자 실태조사 캡처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경기도내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 1천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경기도 가구방문 돌봄노동자 실태조사 캡처

■ 전문가들 “다층적 불안정성 해소위한 지원 체계 시급”

전문가들은 ‘가구 방문 노동자에 대한 통합 권리 보장’, ‘최소 노동 시간 법제화’ 등 다양한 개선책을 내놨다. 구체적인 내용은 달랐지만, 모두 노동자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과 가구 방문 돌봄 노동 제도의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

먼저 촘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시간제, 호출 노동, 비임금 노동이 혼재한 환경을 고려한 고용 안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노동자의 희망에 따라 최소 노동 시간을 법제화하고 체계적인 경력 인증 방식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돌봄 노동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연숙 젠더와정책연구소장은 “대체 인력 지원 시스템을 확대해 돌봄 노동자의 교육과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며 “시민 인식 캠페인을 통해 돌봄 노동의 전문성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도에서도 가구 방문 돌봄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도는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단계적으로 실질적인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노동권익센터와 마을노무사 제도를 방문 돌봄 노동자들에게 적극 안내하고 연계해 전문적인 노동 상담과 권리 구제가 가능하도록 체계를 마련하겠다”며 “내년 고용노동부 공모 사업 예산을 확보해 돌봄 노동자 맞춤형 교육과 법률 지원 사업을 추진할 게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