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지도부 ‘망월동 묘지’ 방문

광주 시민단체 항의에 쫓겨나

‘내란 옹호 세력은 물러가고

죽은자 분노 잊어야 되겠는가’

박석무 다산학자·前 5·18기념재단이사장
박석무 다산학자·前 5·18기념재단이사장

5·18 민주묘지가 어떤 곳인가. 광주의 망월동에 수많은 애국열사, 민주투사들이 내란을 일으킨 반란군들의 총칼에 학살당해 눈을 감고 누워있는 곳이다. 종교와 신앙을 이유로 순교한 분들의 묘지가 성지라면 민주주의와 나라를 위해 순국한 애국열사들의 묘지 또한 감히 성지라고 불러야 하는 거룩한 곳이 민주묘지이다. 초등학교 4학년 전재수 군, 중3의 박기현·김명숙, 고1의 문재학·안종필 열사, 고2·고3의 백두선·전영진 열사들의 숭고한 영혼들이 잠들어 있고 수많은 대학생 열사들과 시민군 의인들의 혼이 깃들어 있는 국립 민주묘지이다.

1980년 5월, 권력욕에 사로잡힌 일부 군인들이 불법 계엄령을 선포하고 반란을 일으켜 수많은 양민을 학살한 그 잔인한 내란, 그때 희생된 그 수많은 민주투사이자 애국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는 나라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위대한 민족의 성지임에 분명하다. 그곳을 성지로 여기고 참배하고 방문하는 일은 다시는 내란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반란군을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을 다지기 위한 애국행위이다. 그래서 5월18일이면 해마다 국가가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추모하기 위한 기념식을 거행해오고 있다. 희생자들의 명예를 드높이고 참다운 민주주의 나라를 세우기 위한 국민적 다짐과 국가의 안녕을 염원하는 민주시민들의 애원을 토로하는 성스러운 추모 공원이다.

지난 11월6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5·18민주묘지를 방문하여 참배하려고 묘지에 들어서자 광주 시민단체들의 거센 항의에 제대로 참배도 못하고 쫓겨나야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참으로 당연한 일이자 광주 시민단체들의 위대한 시민정신의 발로였다. 장동혁 대표의 구구한 변명과 황당한 궤변이 있었지만 참으로 시민정신은 위대하기만 했다. 아니 헌정을 중단하고 내란을 일으켜 수많은 시민들이 학살당해 그 영혼들이 누워있는 민주묘지에, 내란을 옹호하는 정당의 지도부가 참배를 감행하려고 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내란수괴로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이 무엇을 잘했다고 감옥까지 찾아가 위로하고 격려했던 당 대표, 계엄과 내란은 정당했으며 그 수괴는 다시 대통령으로 돌아오라는 ‘윤 어게인’을 외치는 무리와 한통속인 정당의 지도부가 어떻게 5·18민주묘지에 얼굴을 내밀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런 악행을 저지르고도 지금까지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정당의 지도자들이 무엇 때문에 민주 열사들의 묘소를 찾아온단 말인가.

‘내란 정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잘못하면 정당해산의 무거운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지도자들이 감히 5월 영령들 앞에 설 수가 있다는 것인가. 내란을 방조했거나 옹호하고 있는 세력들이 어떻게 내란에 희생된 열사들의 묘소 앞에 부끄럼 없이 당당히 설 수 있다는 것인가. 아니 세상이 그래도 되는 것인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나는 고등학교 교사의 신분으로 5월18일에서 27일까지, 내란으로 광주시민들이 학살당하는 현장을 지켜보고 또 후배들과 함께 우리 시민군들이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이기는 싸움을 하도록 마음 졸이며 주선했던 당사자다. 용기가 없어 총을 들고 싸움이야 못했지만, 그때 일어나던 일을 하루인들 놓치지 않고 역력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랬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수배생활을 했고 검거되어 긴 감옥생활도 했다. 죽지 않은 나로서도 내란 옹호·방조 세력들의 묘지 참배를 절대로 거부한다. 나 같은 사람의 마음이 이러할진대, 학살당한 열사로 묘소에 누워있는 분들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원수 같은 사람들이 왜 우리에게 왔느냐고 엄청난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내란 옹호’, ‘내란 방조’, ‘내란 가담’ 등의 비난을 면하지 못하는 정당에 분명히 밝혀둔다. 가슴에 손을 놓고 양심에게 물어보라. 계엄이 성공하고 내란의 목적을 달성하여 독재정권이 계속되기를 바랐느냐, 아니면 내란은 잘못이라고 여기며 반성하고 사과할 뜻이라도 있느냐고. 양심의 명령으로 이제는 민주묘지를 참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을 때까지는 절대로 묘지를 찾지 않겠다는 각오를 말할 수 있느냐고. 내란 옹호 세력, 썩 물러가고 다시는 묘지에 찾아올 수 없다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죽은 자들의 분노를 잊어서야 되겠는가.

/박석무 다산학자·前 5·18기념재단이사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