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서 중학생 5명, 동급생 합성

수개월간 금품 요구 ‘트라우마 호소’

단순 보여주기, 현행법 회피 가능성

“성폭력·명예훼손 적용 쉽지 않아”

AI로 제작한 영상물로 동급생을 괴롭히는 학교폭력이 발생했지만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대책이 요구된다. AI 제작 영상이 음란물만 아니면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구조 때문인데 날로 진화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처할 방안이 필요하다.

오산경찰서는 공갈미수 등 혐의로 오산시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A군 등 5명을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A군 등은 같은 반 학생을 상대로 수개월 간 금품을 요구하는 등 학교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를 기반으로 한 영상제작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피해학생의 얼굴을 합성한 영상을 수차례 제작해 보여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영상에는 허락없이 촬영된 피해학생 사진이 가감없이 활용됐고, 자막이나 편집 등의 요소에서 수치심을 느낄만한 요소가 있어 보였다. 손쉽게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던 건 AI 덕분이었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한달 동안 아이에게 자신을 상대로 만든 ai 영상을 보여주는 식으로 괴롭힘을 저질렀다”며 “이처럼 반년 넘게 이어진 괴롭힘으로 아이가 수치심을 느끼고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며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위 높은 학교폭력을 저질렀음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면 아이와 가족들이 크게 상처받을뿐더러 비슷한 피해가 또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동의를 받지 않고 만든 영상을 억지로 봐야 했던 학생과 가족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AI 영상의 경우 선정성이 없으면 제작에 대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음란물로 분류돼 성폭력혐의가 성립하거나 다수에게 보여줘 명예훼손 혐의가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돼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도 “영상이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내용이 아니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하기도 어렵고, 피해 학생에게 보여준 게 거의 전부라 현재까지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지만 전파 경로 등 조사 후 혐의 적용 결정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등 AI를 활용한 청소년들의 사이버 범죄는 속출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10대가 61.8%로 가장 많았다. 경찰은 10대가 디지털 매체 사용에 익숙하다는 점이 딥페이크 범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춘식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10대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가장 많이 접하는 세대이다보니 학교폭력 등 범죄에도 자연스레 AI가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행법을 촘촘히 보완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학교에서 AI 윤리 교육을 강화하고 법과 제도를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