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가 소란스럽다. 해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의신청은 통과의례가 됐다. 올해 수능도 지난 17일 신청 마감일까지 총 675건의 이의신청이 쇄도했다. 지난해 342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수험생들이 가장 많은 의문을 제기한 영역은 영어로 467건 67%에 달한다. 3점짜리 24번 문항이 400건 넘게 접수됐다. 국어와 사회탐구는 각각 82건이다. 이어 수학(23건), 과학탐구(17건), 제2외국어·한문(2건), 한국사·직업탐구(1건) 순이다. 문항 외에 컴퓨터용 사인펜의 ‘잉크 번짐’ 불만도 속출했다.

수백 건의 이의제기 중에 중증 시각장애 응시생 한모 군의 호소가 유난히 눈에 띈다. 스크린리더(화면낭독 프로그램) 문제지의 특정문자 표기방식이 사전 고지 없이 변경되어 문제풀이에 애를 먹었다는 하소연이다. 직전 모의평가 때와 다른 특수문자 표현에 당황했다고 한다. 평가원 측은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고지의무가 없음’을 강조했다. “점자 문제지는 변경이 없었고, 보조 수단으로 제공되는 음성형 스크린리더 파일 내 괄호문자 표현 방식만 바뀐 것”이라고 해명했다. ‘(가)와 달리’를 기존에는 ‘가와 달리’로 읽었다면, 이번에는 ‘괄호 가와 달리’라고 읽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 수험생들의 읽기 청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란다. 시범운영을 생략한 채 본시험에 바로 적용한 것은 일방적이다. 응시생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했다. 선의가 무색해졌다.

시각장애 수험생의 정보 소외와 차별은 심각하다. 교육방송(EBS) 교재는 수능과 연계율이 50%가 넘는 핵심개념서다. 그런데 점자 교재는 수능 코앞인 9~10월에야 완성된다. 일반 수험생보다 6개월 이상 뒤처지는 셈이다. 출발선이 다른 불공정이다. 교육방송 화면해설 방송 강좌도 일부만 제작된다. 중대한 학습권 침해이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 개입해 개선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다.

수능 55만 응시생 중 중증 시각장애인은 13명이다. 이들은 국어 한 과목만 시험지가 100장이 넘는다. 시험시간도 일반 수험생보다 최대 1.7배 길다. 아침 8시10분 입실해서 밤 10시까지 손끝과 청각에 초집중해야 한다. ‘13시간 마라톤 수능’은 한계를 넘는 도전이다. 점자책과 씨름해온 수험생들의 꿈이 차별로 인해 좌절되어서는 안 된다. 소수를 억압하는 장벽은 광범위하다. 무감한 사회의 시선이 닿지 않을 뿐이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