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적 고립
2세대, 중장년~고령 연령대 다양
한국 적응 못한 기초수급자 다수
재사회화 제도·지원 미흡한 원인
물어볼 한국인 친구도 한명 없어
러시아에서 태어난 A씨는 50대가 된 지난 2022년 한국으로 영주 귀국했다. 남편을 포함해 자녀 2명까지 네 가족이 모두 한국 땅을 밟은 건, 어머니의 요청이 있어서였다.
2010년 한국으로 영주 귀국한 모친이 한국행을 권유해 이뤄진 일이었지만 이후 삶은 순탄치 않았다. 러시아에서 간호·간병일, 네일아트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사회생활을 영위한 A씨였지만 한국에선 직업을 찾지 못했다.
한국에서 자립하지 못하고 가족 단위로 고립된 A씨의 상황은 사할린 동포 2세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고령에 영주귀국한 1세대는 러시아에서도 이미 경제활동이 종료된 사례가 많았다. 중장년부터 고령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2세대 중엔 러시아에선 활발히 경제생활을 이어오다 한국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기초수급자가 된 사례들이 있다.
그간 제도와 지원이 ‘영주귀국’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이들을 재사회화해, 경제생활을 하며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부분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A씨처럼 러시아에서 경제생활을 했던 경우엔 미리 한국에서도 비슷한 분야에 종사할 수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새로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했다.
부모의 고국에 대한 애정과 가족끼리 모여 살아야 한다는 의식 때문에 한국행을 택했으나 그들의 한국 삶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례가 많다. ‘공동체’가 지역사회로 확장되지 않고, 사할린 동포로 한정돼 있는 형국이다.
안산시 신길동에서 만난 A씨는 “한국에 온 지 3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 한국인 친구가 1명도 없다”며 “한국생활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친구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친구가 없으니)물어볼 수도 없고 언어부터 모든 생활이 바뀌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사회에서 자립하지 못한 사할린 동포들에게 더 큰 고민은 자녀 교육이다. 조부모와 부모세대 모두 기초수급자인 경우가 많아 자녀 교육에 투입할 재원이 모자랄 수밖에 없고, 결국엔 가난이 대물림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산 고향마을 거주 사할린 동포 2세대의 95%가 무직인 상황은 이런 우려를 가중시키는 요소다.
성인이 된 20대 초반의 딸과 중학교 입학을 앞둔 막내아들을 둔 A씨 역시 “한국에서 대학교에 들어가려고 하면 학원에 다녀야 한다고 알고 있다”며 “학원비가 비싸다고 들었다”고 걱정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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