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 우울로 초기 대화도 어려워
실무팀, 수개월간 신뢰 쌓기 집중
주거 이전후 안정 “꾸준 지지 중요”
“단순 현금지원으로 위협 못막아”
안성 외곽의 한 컨테이너 개조 주택. 이지희(가명·20대 중반)씨는 이혼 후 홀로 네 아이를 키우며 다섯째를 임신한 채 이곳에서 살고 있다. 천장과 주방 사이로 쥐가 드나들고 인근 컨테이너에는 낯선 남성들이 오갔다. 병원·보건기관과도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임신 후 일을 그만둔 지희씨는 외출 없이 아이들과 지내며 우울 증상을 보였다. 스스로 지원을 요청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초록우산 경기지역본부는 지난해 협성대학교 연구(11월13일자 7면 보도) 이후, 임신기부터 영아 양육기까지 이어지는 맞춤 지원을 위해 올해 4월부터 한부모·위기가정 지원 기관인 우아한가족 사회적협동조합과 ‘위기영아 심층사례관리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희씨 가정은 지역 무한돌봄센터 관계자가 초록우산의 ‘위기영아 심층사례관리 지원사업’에 연계하면서 지원이 시작됐다.
현장 점검에서는 즉각 조치가 필요한 위험 요인이 확인됐다. 임신 막달까지 이어진 정신적 불안정, 폭력 전력이 있는 전 배우자와의 단절, 생계대출과 미지급 양육비, 영유아가 지내기 어려운 주거환경 등이 대표적이었다. 전환점은 주거 이전이었다. 사업비로 지원된 보증금 500만원으로 방 3개짜리 LH 전세임대 아파트로 옮긴 뒤 지희씨는 정서안정 프로그램과 부모교육에 참여하면서 불안정하던 심리 상태를 서서히 회복해갔다.
다만 초기에는 개입조차 쉽지 않았다. 지희씨는 대화조차 어려울 만큼 위축돼 있었고 낯선 환경으로의 이주를 두려워했다. 실무진은 먼저 신뢰를 쌓는 데 집중했다. 수개월간 매일같이 안부를 묻고 소통한 끝에 그는 새 주거지로 이동, 필수 가전과 양육물품을 지원받았다. 이후 맞춤형 서비스가 연계되면서 양육 효능감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들 역시 안정된 환경에서 건강 상태가 호전됐다.
앞서 초록우산과 협성대 연구진은 임신기부터 영아 양육기까지 중단 없는 사례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장 실무자들 역시 고립된 가정일수록 스스로 지원을 신청하기 어려운 만큼 조기 발굴과 선제적인 개입 체계 마련이 과제로 남는다고 짚었다.
이지우 우아한가족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위기는 고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가정도 주거 이전을 두려워할 만큼 불안정했지만, 꾸준한 정서적 지지와 관계 형성이 변화를 만들었다”며 “단순 현금 지원만으로는 위협을 막기 어렵다. 한부모·위기가정에 즉각 개입할 수 있는 민·관 합동 사업에 더해 지역 단위 기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