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 노키즈존(No Kids Zone·어린이 출입제한구역)이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다. 2014년 수도권 식당을 중심으로 하나둘 생기더니 이듬해 전국으로 확산됐다. 갑론을박을 거듭하면서도 2022년 기준 558곳으로 늘었다. 식당이나 카페는 뜨거운 음식, 깨지기 쉬운 그릇, 뾰족한 테이블 모서리 등 위험요소가 많은 환경이다. 업주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명분 삼아 ‘어린이 사절’을 당당히 내건다. 실제로 어린이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업주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진 점도 일정부분 작용했다.
여론의 잣대는 깐깐하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 8월 발간한 ‘육아정책포럼’에 실린 ‘공공장소의 아동에 대한 사회적 배제의 실태와 대응 과제’ 보고서는 인식 수준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10명 중 7명 이상은 ‘우리 사회 인식상 양육자가 공공장소에서 자녀를 통제하지 못하면 무개념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3.7%는 ‘우리 사회가 공공장소에 아동이 있으면 불편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본인은 10.3%만 동의한다며, 사회적 분위기보다는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등이 지난 19일 노키즈존 실태를 발표했다. 사업주들에게 노키즈존 운영 사유를 물었다. 35.9%는 ‘소란스러운 아동으로 다른 손님과 트러블 우려’, 28.1%가 ‘조용한 가게 분위기를 위해’라고 답했다. 업주들이 노키즈존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관련 법은 없다. 명칭과 개념, 연령 제한 등 운영 기준은 온전히 업주의 재량이다. 법망이 10년 넘게 방관한 탓이다. 전국 ‘노키즈존’의 20.4%가 몰려있는 제주도의 실험은 흥미롭다. ‘예스 키즈존’ 식당을 선정하고 어린이용품 구매 비용을 지원한다. No를 Yes로 뒤집는 역발상이다. 참여를 이끌어낼 당근책이 관건일 테다.
노키즈존을 강요하는 사이 어린이 고객은 소란스러운 ‘경계의 대상’으로 각인됐다. 어른들이 쳐놓은 펜스 밖에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 ‘맘충(Mom蟲·아이를 방치해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는 엄마)’이라는 혐오 표현은 육아 자체를 폄훼한다.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 국가에서 노키즈존은 모순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이미 노키즈존을 ‘차별’이라 규정했다. 이제라도 명확한 운영 기준을 제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차별과 혐오 대신 포용과 공존을 선택할 때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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