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불안한 미래를 구성원들이 함께 대비하는 대표적인 사회 안전망이다. 1977년 도입된 이래 국민의 질병, 부상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곁에서 든든한 건강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건강보험은 50여 년의 역사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사회보장제도로 평가를 받고 있으나, 2025년 오늘을 살아가는 작금의 현상들을 볼 때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건강보험은 재정의 80%가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로 운영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제도 운영은 보험재정의 건전성 유지 여하에 귀결된다. 그러나 이렇듯 우수한 제도가 이른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이하 불법개설기관)으로 인해 지출 구조의 안정성에 위협을 받고 있다.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상 비(非)의료인은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비(非)의료인이 의료인을 내세워 운영하는 기관은 개설 자체가 불법이다. 이러한 불법적인 기관은 환자 치료 보다는 수익 극대화를 우선시 하는 경향이 커 과잉진료와 소방·안전시설 미비 등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료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과거 모 병원의 화재 사건으로 인한 인명피해 등이 대표적인 불법개설기관의 폐해이다. 이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 명목으로 부당하게 편취한 금액도 약 2조9천억원(2025년 6월)에 이르고 있다. 국민이 납부한 소중한 보험재정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그간 정부와 건보공단은 불법개설기관을 단속해 오고 있으나, 수사권 부재로 자금 흐름의 추적과 관련자 직접 조사 등이 불가하여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다. 수사기관 또한 민생치안과 강력범죄, 사회적 이슈 사건을 우선 수사할 수밖에 없으니 수사기간은 평균 11개월이 소요된다. 수사기간 동안 혐의자의 사해행위와 같은 재산 은닉, 폐업 등으로 편취한 요양급여비용 금액의 8.45%(약 2천460억원)에 불과한 금액만 징수한 실정이다.
건보공단의 적발 이후 부당 편취금액 환수까지 의도치 않은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다. 누수되는 건보재정을 최소화하기 위한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권한이 필요한 대목이다.
건보공단은 의료·법률분야 전문 인력과 빅데이터 융합감지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년간의 현장 조사 경험으로 의료기관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러한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면 신속한 수사 착수와 종결(11개월→3개월)을 통해 연간 약 2천억원 규모의 재정누수를 직접 차단할 수 있다. 적발과 환수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제22대 국회에서도 7개 의원실에서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법안 도입이 순탄치가 않다. 민간인 신분의 공단 직원에 대한 수사권한 부여의 적정성과 전문성, 인권침해 소지에 대한 우려 등으로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건보공단은 2014년부터 사실상 실질적인 단속 업무를 수행하여 왔고 관련한 행정소송에서 피고 당사자이다. 또한, 검찰의 수사 지휘·감독 하에 불법개설기관에 한해서만 수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소지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 등 일각의 부정적인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될 것이다. 불법개설기관 단속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공익적인 역할을 엄정하게 수행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에 신중론이 우세하였으나, 새 정부 국정운영 계획에 특사경 입법에 대한 의지가 담겨 있고 이번 국감에서도 여야가 한 목소리로 불법개설기관 근절을 위한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을 단순히 불법개설기관 단속을 위한 권한 확대가 아닌 미래의 건강한 제도 운영과 존속을 위한 절실한 염원이자 외침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고 선량한 의료 환경을 지키기 위한 시금석이 될 특사경 권한을 통해 선량한 보험자로서의 그 책무를 다하고 싶다.
/배문기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원동부지사 보험급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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