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이 아파요” 화분 안고 찾아온 시민들
수원시 농기센터 주무관 ‘의사 역할’
문 열자 100여개 식물로 문전성시
문화 자리잡아 “내년 입원실 운영”
“이파리에 검은 반점이 자꾸 번져요.”
20일 오후 2시께 찾은 수원시 반려식물병원. 시민 이현주(66)씨가 장미 이파리 6개와 나뭇가지를 들고 병원을 찾았다. 올해 여름부터 이파리에 검은 반점이 생기더니 사방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그가 건넨 나뭇가지를 받아 든 수원시 농업기술센터 강종성 주무관은 “곰팡이가 피는 검은무늬병에 걸린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어 그는 “곰팡이가 옮을 수 있으니 일단 반점이 생긴 잎은 전부 따고, 내년에 새로 잎이 나오면 방제해도 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내 지자체 중 처음으로 문을 연 반려식물병원은 수원시 농업기술센터가 올해 4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식물보호기사와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증을 가진 농업기술센터 직원이 의사 역할을 하면서 처방을 내린다. 문을 연 이후 식물을 반려동물처럼 돌본다는 뜻에서 이른바 ‘식집사’로 불리는 시민들이 110개가 넘는 식물을 들고 병원을 찾았다. 대부분 진단 한 번이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장기 치료가 필요한 식물들을 위해 내년부터는 입원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날 반려식물병원에서는 10여명의 시민이 모여 각자의 아픈 식물이 진단받은 내용을 공유했다. 서부해당화는 이파리가 누렇게 변한 채 말라 있었다. 방패벌레가 나뭇잎에 있는 진액을 빨아 탈색된 것이다. 몸에 영양소가 부족하면 얼굴이 누렇게 변하듯 식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식집사가 늘어나면서 식물 기르기는 일종의 반려 문화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반려식물 인구는 약 1천745만명으로 추산된다.
강 주무관은 “죽은 반려견의 이름을 붙인 고무나무를 치료했을 때 고맙다고 하던 시민의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며 “진료를 하면서 반려식물이 시민들한테 큰 의미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