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 ‘인천기록담길’ 담긴
‘2000년대 인천 시각예술 공간·전시’ 시리즈
‘기획자·공간 중심’ 아카이브 접근 방식 제시
내년부터 인천기록담길 ‘고도화’ ‘확장’ 추진
최근 세미나 통해 타 지역 아카이브 사례 공유
인천문화재단이 지난 8월 문을 연 디지털 문화예술 아카이브 ‘인천기록담길’에 최근 흥미로운 컬렉션이 올라왔습니다.
인천문화재단이 지난 2021년 말부터 2022년 3월까지 인천의 ‘임시공간’과 공동으로 진행한 인천아트아카이브(IAA) 프로젝트 ‘2000년대 인천 시각예술 공간과 전시’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22년까지 동시대 지역 미술 현장으로 전시 공간, 전시 프로젝트 등 15개 사례를 연구하고 자료 수집, 인터뷰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물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인천기록담길에 담아냈습니다.
IAA 프로젝트 ‘2000년대 인천 시각예술 공간과 전시’의 자료는 ‘수집자료’와 ‘생산자료’로 나뉩니다. 수집자료는 15개 공간과 전시에서 생산된 자료를 수집한 것들이고, 생산자료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임시공간이 공간 대표자 또는 전시 기획자를 인터뷰해 생산한 자료들입니다. 수집자료는 포스터, 리플릿, 사진, 문서 등 디지털 복제 자료이며 총 1천714건이고, 생산자료는 대표자·기획자의 인터뷰 영상 총 30건입니다.
인천기록담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월미도 행위예술제 ▲신세계갤러리 인천점 ▲인천영상미술제 ▲황해미술제 ▲스페이스 빔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홍예문 프로젝트 ▲인천아트플랫폼 ▲부평아트센터 갤러리 꽃누리 ▲커뮤니티 페어 아트 폐허 ▲콜트콜텍 ▲공공미술 술래 ▲수봉다방 ▲공간 듬 ▲임시공간 등 15개 시리즈가 등록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이탈 작가가 10여 년 전 재개발 사업이 중단돼 반파된 상태로 남아있던 숭의4동 제물포시장에서 2012년 진행한 프로젝트 ‘커뮤니티 페어 아트 폐허’에 대한 아카이브를 둘러봤습니다. 수집자료에는 당시 프로젝트 진행 과정과 전시 모습, 기획서나 발표 자료 등이 상세하게 수록돼 있습니다. 생산자료에서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탈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긴 버전’과 ‘요약 버전’으로 나눠 담았습니다. 나머지 14개 시리즈도 이 같은 방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2000년대 인천 시각예술 공간과 전시’는 최근 단행본 ‘인천문화예술아카이브 컬렉션 가이드북 1’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때마침 인천문화재단과 임시공간이 지난 19일 오후 한국근대문학관 다목적실에서 ‘지역미술과 (좁고 깊을) 아카이브’를 주제로 ‘2025 인천기록담길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임시공간 채은영 대표가 ‘2000년대 인천 시각예술 공간과 전시’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채은영 대표는 IAA 프로젝트에 대해 ‘실뜨기하는 아카이브’ ‘진동하는 아카이브’를 지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기획자 입장에서 지역 미술의 부재와 결핍을 재구성하는 큐레이토리얼을 위한 아카이브를 지향했다”며 “역사적, 정량적 데이터 보다는 아카이빙 과정과 어떻게 접근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방점을 두고 아카이빙을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작가 중심 아카이브를 넘어서 기획자,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 미술을 재구성하고자 했다”고 했습니다.
인천기록담길에는 앞으로 흥미로운 컬렉션이 계속 추가될 것 같습니다. 이미 운영 중인 컬렉션들도 둘러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천기록담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실 임은정 과장은 이번 세미나 발표를 통해 아카이브 콘텐츠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습니다. 현재는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시범적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1단계입니다. 2단계 사업은 내년 초부터 2027년 초까지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3단계는 다양한 기관이 함께할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와 내용을 확대하는 계획입니다. 인천 지역 문화재단들과 문화공간 등도 아카이브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이번 임시공간의 프로젝트처럼 말이죠.
인천기록담길 세미나에서는 다른 지역의 미술 아카이브 사례도 발표됐습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최성규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대표는 ‘썬데이페이퍼’ ‘아카이브 오브 스피릿츠’ ‘조경희 작가 연구’ 등 지역성이 매우 강한 아카이빙 사례를 이야기했습니다.
전남 순천에 있는 예술공간 돈키호테 박혜강 디렉터가 진행했던 ‘예술사’ ‘국악인 초상’ ‘사진관 원판 필름’ 관련 프로젝트 또한 인상적인 아카이브 사례였습니다. 1930년대부터 최소 25년 넘게 순천 지역에서 촬영된 국악인 초상 사진을 연구한 사례, 순천의 오래된 사진관의 사진사가 남긴 원판 필름 아카이브를 활용한 전시 프로젝트 등입니다.
이들이 발표한 사례는 단순히 ‘기록’에만 초점을 둔 아카이브는 아니었습니다. 문화예술 아카이브의 첫걸음을 뗀 인천이 주목할 만한 사례들입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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