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김민재 등 선수들이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5.11.17 /연합뉴스
가나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김민재 등 선수들이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2025.11.17 /연합뉴스

스포츠 세계에서 관록(貫祿)은 많은 경력을 가진 선수로, 위엄이나 권위를 뜻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유래한 한자어로, 사무라이의 능력을 관(貫-하사받은 땅의 경제력 혹은 갑옷의 무게)과 녹(祿-주군으로부터 받는 급여)으로 평가하는 데에서 따왔다고 한다.

또 스포츠 세계에선 신구조화와 세대교체라는 표현도 자주쓴다.

신구조화는 새로운(신) 세대와 기존(구) 세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최근에는 프로스포츠 팀이나 단체에서 젊은 선수와 베테랑이 함께 팀을 이끄는 전략적 키워드로 주목받기도 한다.

세대교체도 신세대가 구세대의 전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팀으로 다시 성공적으로 재탄생하는 의미로 쓰인다. 신구조화를 잘 이뤄 세대교체까지 성공하면 그 팀은 1등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최근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의 신구조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5.11.18 /연합뉴스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5.11.18 /연합뉴스

손흥민은 지난 2022년 6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 평가전에서 A매치(국가대표팀 경기) 100회를 뛰어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뒤 현재는 140경기에 출전해 한국 남자 선수 최다출전 기록도 세웠다. 득점도 54골을 기록하며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보유한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선수 A매치 통산 득점 1위 기록(58골)에 4골 차로 다가섰다.

그만큼 대표팀에서도 이제 노장에 속한 손흥민이지만, 그의 경험과 위엄은 대표팀에 첫 발탁된 신인 선수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손흥민은 지난 14일 남미의 복병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프리킥 한방으로 결승골을 터트리는 등 그의 관록은 이미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한국 야구대표팀도 신구조화로 새롭게 팀을 리빌딩하고 있다. 특히 투수의 경우 젊은 세대로 마운드를 꾸릴 만큼 체코와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세대교체를 꿈꿨다.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네이버 K-BASEBALL 시리즈’ 대한민국과 체코의 평가전. 5회말 볼넷 허용한 김서현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5.11.9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네이버 K-BASEBALL 시리즈’ 대한민국과 체코의 평가전. 5회말 볼넷 허용한 김서현이 아쉬워하고 있다. 2025.11.9 /연합뉴스

하지만 체코에 비해 강팀 일본과의 평가전에선 젊은 선수들이 경험 부족의 한계를 드러냈다. 평균 22.1세의 ‘영건’들로 채워진 마운드가 4만 관중의 함성 속에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약점을 노출했다.

이번 대표팀 33명 중 도쿄돔 경험이 있는 선수는 고작 11명으로 4만 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말로만 듣던 ‘압박감’을 직접 느낀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표팀에 시속 150㎞를 넘나드는 평균 연령 22.1세의 젊은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이들이 이틀간 허용한 볼넷은 무려 21개다.

더불어 2차전에선 7실점 중 4점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헌납했다. 1차전 9볼넷(사사구 11개)에 이어 2차전에서도 볼넷 12개를 남발하며 스스로 자멸한 것이다.

류지현 야구 대표팀 감독은 이번 평가전 결과를 토대로 경험이 많은 투수들을 대거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아직도 야구팀의 중심을 잡아줄 투수들이 필요하다. 바로 관록있는 선수가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자유계약선수(FA)인 외야수 박해민(35)이 원소속팀 LG 트윈스에 잔류한다. LG는 21일 “박해민과 계약기간 4년, 총액 65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25억원, 인센티브 5억원)에 FA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LG 스포츠단 김인석 사장(왼쪽)과 박해민. 2025.11.21 /LG 트윈스 제공
자유계약선수(FA)인 외야수 박해민(35)이 원소속팀 LG 트윈스에 잔류한다. LG는 21일 “박해민과 계약기간 4년, 총액 65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25억원, 인센티브 5억원)에 FA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LG 스포츠단 김인석 사장(왼쪽)과 박해민. 2025.11.21 /LG 트윈스 제공

최근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자유계약선수(FA)를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FA선수들 대부분이 관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 구단과 선수들간의 물밑 접촉이 불을 뿜을 듯 하다.

프로야구단은 내년 농사를 잘 짓기 위해 스토브리그에 공을 들인다. 스토브리그(Hot stove league·Hot stove)는 미국 프로 야구에서 사용되고 유래한 용어다.

또 프로야구의 한 시즌이 끝난 뒤 비시즌 기간인 겨울에 스토브(난로)를 둘러싸고 팬들이 응원 팀의 선수 계약, 다음 시즌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뜻으로 ‘시즌이 끝나더라도 팬들의 주목은 변함없이 불탄다’라는 의미로 생긴 말이기도 하다.

모든 스포츠가 세대교체와 신구조화를 위해 관록있는 선수를 영입하는데 공을 들인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경험 많고 위엄있는 선수들이 각 팀으로부터 많은 선택을 받을 것이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