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불공정 운영 밝힌 경인일보
2013년 용인 CU편의점주 사망 보도
저조한 매출에 폐점 고민했던 민수씨
본사로부터 돌아온 답은 억대 위약금
공개한 진단서 숨진 원인 삭제 악행도
가맹점주 보호 CU방지법 생겨났지만
12년 지난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 갑질
다양한 분야에서 더 교묘한 방식 횡행
‘심야 만물 슈퍼’, 1989년 서울에 세븐일레븐 1호점이 문을 열자 당시 언론이 붙인 별칭이다. 24시간 365일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신종 유통업의 등장은 유통의 혁명과도 같았다. 편의점은 점차 몸집을 불려가더니, 특히 2010년대를 거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경기도만 해도 24시간 편의점이 2000년과 비교해 7배 증가했다.
언제나 그렇듯, 급격한 성장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이 존재한다. 편의점이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 생기던 순간, 2013년에만 편의점을 운영하던 자영업자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는 편리함에 감춰졌던, 편의점 본사의 불공정행위, 소위 ‘갑질’이 있었다. 경인일보가 단독·연속 보도한 ‘용인 CU편의점주 사망 및 사망진단서 변조사건’은 그 이면을 세상에 알린 최초의 보도였다.
“또 적자다…죽고싶다.”
“남은 기간 매출이익 계산해서 지금 그만두면 위약금이 1억이 넘는다.”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의 한 상가에서 CU편의점을 운영하던 김민수(53·가명)씨가 CU본사인 BGF리테일 직원과 지인에게 보낸 문자다. 편의점 업계가 한창 점포 수를 급격히 늘리던 2012년 여름, 민수씨도 편의점 운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매출은 나오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편의점을 운영하느라 건강마저 악화됐다. 편의점 운영으로 인한 고충이 컸던 민수씨는 결국, 2013년 초 폐점을 고민했지만 본사로부터 돌아온 답은 억대의 위약금이었다.
돈을 벌지도 못하는데 문도 닫을 수 없는 악순환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벼랑 끝에 내몰린 민수씨는 5월16일 저녁 편의점 계약해지문제를 두고 본사 직원과 말다툼을 벌였다. 격한 다툼 끝에 다량의 수면유도제를 먹었다. 급하게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위세척을 받았지만, 다음날인 17일 오전 숨을 거뒀다. 민수씨의 죽음이 알려질까 두려웠던걸까. BGF리테일은 민수씨 사망 당일 유가족을 찾아가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위약금 없이 점포를 닫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합의서를 내밀었다.
민수씨의 죽음은 여느 편의점주들의 죽음처럼 묻힐뻔 했다. 경인일보는 사망을 알리는 1보 기사를 단독으로 쓰고 난 후, 이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기 위해 경인일보 기자들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인일보 보도를 통해 ‘죽어야 끝나는’ 편의점업계의 불공정한 운영방식과 갑질을 밝혀낼 수 있었다.
24시간 강제 영업은
많이 개선됐지만
과도한 위약금 관련법
여전히 문제 심각
필수 품목 정하고
판매 강요하는 경우 많아
품질도 안 좋은데
가격 비싸기까지
현재 프랜차이즈 구조
본사가 유통마진 많이 취해
신제품 개발·홍보 뛰어들도록
‘로열티 구조’ 바꿔야
당시 사회부 사건캡(사건·사고 총괄)이었던 김태성 기자를 통해 그때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제보가 왔어요. 유가족이 너무 억울하다고 연락을 했더라고요. 취재를 시작했는데 민수씨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지. 24시간 강제영업을 해야 하는데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수익이 안 나니까 본인이 밤새 편의점을 지키고, 그러는데 매출은 나지 않고… 차라리 그만두는 게 나은데, 그만둔다고 하니 당시로서도 감당할 수 없는 위약금을 물라고 했어요. 편의점 본사와 점주간에 말도 안 되는 갑을관계가 죽음 뒤에 숨어있다는 걸 확인했죠.”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인일보 단독보도로 민수씨 죽음에 숨겨진 업계의 이면이 알려지고 사건이 커지자, 유가족 동의도 없이 민수씨의 ‘사망진단서’를 공개하며 ‘기사를 정정하지 않을 시 법적 조치 등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전국 언론사를 압박했다.
그러나 공개한 사망진단서는 ‘항히스타민제(중추신경을 억제해 수면을 유도하는 물질) 중독’이라는 사망원인을 임의로 삭제한 상태였는데, 경인일보가 이 같은 사실을 단독보도하며 알려졌다. 경인일보는 실제 민수씨의 사망진단서 원본을 유가족 동의 하에 공개했고 민수씨 주치의 인터뷰를 통해 민수씨 사망과 다량의 수면유도제 복용간의 개연성이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뿐 아니라 갑질이 취재를 통해 속속들이 드러났다. 민수씨뿐 아니라 CU편의점주들이 강제영업을 종용당하고 있으며 전기요금과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 등 상품폐기손실 비용 일부 등을 부담하게끔 했다. 포인트 적립금과 신용카드 수수료의 일정 부분 역시 점주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불공정행위도 확인됐다. 전국적으로 CU편의점을 향한 비판이 거세졌고 BGF리테일은 민수씨가 사망한 지 2주만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리고 그해 여름, 일명 ‘CU방지법’이라고 불린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기에는 가맹점의 예상매출액 정보 제공, 영업지역 보호 의무화, 과도한 해지위약금 금지, 24시간 영업 강요 금지, 리모델링 시 본사와 가맹점이 비용 분담 등 편의점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권리보호 내용이 담겼다.
그렇다면 민수씨가 사망하고 12년이 지난 지금 편의점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계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고 가맹점주들은 토로한다. 특히 2015년 4천200여개였던 가맹본부는 지난해 8천800여개로 2배 넘게 늘었고 브랜드 수와 가맹점 수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프랜차이즈 갑질은 편의점은 물론, 카페와 외식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교묘한 방식으로 벌어지고 있다.
최근 2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메가MGC커피는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 11%를 점주에게 몰래 떠넘기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에서 덜미를 잡혔다. 제빙기와 커피 그라인더를 무조건 가맹본사를 통해 구매하도록 했고 다른 곳에서 사면 상품 공급 중단, 가맹계약 해지 등으로 압박했다. 민수씨를 비롯해 자영업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법개정까지 이뤄냈지만,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은 끊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더 족쇄처럼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공정위는 지난 9월 ‘가맹점주 권익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프랜차이즈 갑질에 칼을 빼들었다. 현행 가맹사업법에서 무용지물로 여겨지던 ‘단체구성권과 단체협의 요청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점주단체를 공정위에 등록하도록 했고 과도한 위약금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맹점주가 과도한 위약금 없이 가맹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계약해지권’ 명문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맹점주들은 이러한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프랜차이즈 업계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용인 CU편의점주였던 민수씨를 비롯해 편의점 자영업자의 잇단 사망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의 이중선 사무국장은 과도한 위약금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본사 물건을 강제로 구매하게 하는 문제도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맹본사가 물류마진을 취하는 구조가 아닌, 로열티를 받도록 하는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때(용인 CU편의점주 사망사건) 당시 문제가 됐던 것 중에 24시간 강제영업은 많이 개선됐어요. 하지만 과도한 위약금은 관련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심각합니다. 편의점 자체가 초장기 본사에서 비용을 투자하고 수익을 나눠받는 구조여서 계약을 해지하려면 위약금이 클 수밖에 없는거죠. 또 본사에서 필수품목을 정해놓고 강요하는 경우가 요새 많아요. 품질이라도 좋으면 다행인데, 다른 곳에 비해 품질은 안 좋고 비싸죠. 지금 프랜차이즈 구조가 가맹본사에서 과도한 유통마진을 취할 수 있어서 가맹점들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겁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는 ‘로열티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본사는 로열티를 더 받기위해 신제품 개발, 홍보 마케팅 등에 뛰어들고 이를 통해 가맹점은 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요. 지금처럼 본사가 과도한 물류마진만 취하려 하고 계약을 해지할때 과도한 위약금을 받으려 한다면 불공정행위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는거죠.”
※기사 싣는 순서
① 촛불시위 시초 효순·미선이 그리고 미군
② 수도권 왓치독, 경인일보
③ 새벽에 홀로… 어느 청년 노동자의 죽음
④ 벼랑 끝 자영업자 죽음의 진실
⑤ 사회의 가장 작은 목소리를 듣다
⑥ 경인일보가 30년 전 보낸 경고
⑦ ‘좌표 찍기’ 공무원 사망사건
⑧ 경기도 도시개발의 민낯
⑨ 왜 사회적 참사는 반복되나
⑩ 학대와 방임 속에 떠난 아이들
/신현정·공지영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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