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내구연한 15년 훌쩍 ‘노후’
표심용 잦은 등장에 헛구호뿐 비판
수원시, 이전·시설 유지 동시 추진
내년 지선 갈등조정 방안 주목 전망
수원 영통소각장 이전은 ‘뜨거운 감자’로 여겨진다. 인근 주민들은 강하게 이전을 주장하지만 이전 대상인 지역은 또 다시 반발할 것이고 최악의 상황에선 지자체 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좀처럼 구체화되지 못했던 해당 사안은 어떻게 현재에 이르렀을까.
■ 가동 전부터 반발에 부딪힌 영통소각장
지난 1999년 10월 준공된 영통소각장은 당시에도 주민 반발로 6개월 뒤인 2000년 4월에서야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수원시 전체 생활폐기물(연간 13만5천t) 중 70~80%를 처리하는 핵심 기반시설이지만 환경부(현 기후부) 내구연한인 15년을 훌쩍 넘겨 노후 상태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기존 시설을 당장 멈출 수는 없다. 가동이 중단되면 이를 대신할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수원시가 이전을 추진하면서도 기존 시설 유지에 나선 배경이다. 2023년 1천441억원(국·도비 589억원 포함)을 투입한 대규모 개선사업이 결정됐고, 공사는 2026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 필수 시설이 ‘혐오시설’이 되기까지
영통소각장은 2020년 검은 연기가 난다는 민원이 제기된 이후 건강 우려가 확산됐고, 일부 주민들은 암 발병에 소각시설의 영향을 주장했다.
다만 수원시는 오염물질 배출이 환경부 기준 이하이며, 암 발병 연관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주민단체는 2021년 ‘대보수 승인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시청 앞 규탄대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 20년간 선거 단골 공약
영통소각장은 지난 20여 년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도시 기반시설 문제가 아닌 ‘표심용 소재’로 등장했다. 일부 후보는 생활폐기물 소각장이 필수 시설이라는 점은 외면한 채 자신의 지역구에서만 이전하거나 폐쇄하겠다는 식의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을 겨냥했다.
‘건강권 침해 해소’, ‘혐오시설 이전’ 같은 약속이 쏟아졌지만 정작 후보지 선정이나 사업비 확보는 언급되지 않아 “헛구호만 남았다”는 비판이 꾸준했다. 주민 반발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정치권이 구체적인 후보지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 공약에서 절차로 첫발 뗀 영통소각장
2022년 6월 수원시장 선거 당선 후 이재준 수원시장은 시민숙의단 200여 명과 전문가를 포함한 공론화를 진행했다. 같은 해 9월 2차 숙의토론 선호도 조사 결과 ‘이전 추진’에 대해서는 참여자의 80.4%가 동의했다.
그러나 이전 기간 동안 현행 시설을 개선해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이 49.1%, 유보 또는 반대가 50.9%로 의견이 엇갈렸다. 이전 자체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이전까지의 운영 방안을 두고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후 시는 전담 조직을 꾸려 부지 선정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임기 후반부에 접어든 현재 용역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25년 동안 방향만 놓고 논쟁해온 이전 논의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 내년 선거 핵심 변수, 어디로 이전하든 ‘갈등’ 피하기 어려워
영통소각장 이전은 이제 더는 피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각 후보가 어떤 이전 구상과 갈등 조정 방안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수원시는 폐기물 처리설비 지하화와 상부 공간에 다목적 체육관 등 편익시설을 조성하는 복합화 계획을 추진한다. 후보지 주민 대표가 참여하는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2032년 새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후보 지역 발표에 이어 이전 작업이 전개된다면 또 다른 갈등은 불보듯 뻔하다. 타지역의 ‘혐오시설’을 떠안게 된 이전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게다가 도심을 피해 외곽으로 옮길 경우엔 타 지자체와의 갈등 소지도 잠재돼 있어, 이전에 따른 후폭풍은 필연적일 것으로 보인다.
/유혜연·신지영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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