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한희선, 2년 만의 두 번째 동행
도시와 시골 감성이 만난 ‘면면’의 세계
광장에서 얻은 ‘정’, 핫팩으로 남긴 기록
일상 흔적을 그리는 김승현 즉흥 드로잉
김·한, 2년 주기 ‘자생 비엔날레’ 잇기로
설치미술가 한희선과 드로잉·회화로 도시를 그리는 김승현 작가가 2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인천 중구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에서 내달 6일까지 진행 중인 김승현·한희선 2인전 ‘면면이 면면히 : 정(情)’을 소개합니다.
두 작가는 지난 2023년 겨울의 초입에 인천 동구에 있는 근대 건축물 ‘조흥상회’에서 ‘면면이 면면히’로 첫 2인전을 열었습니다. 당시 설치미술과 드로잉이라는 각각 다른 방식의 작업이 조화롭게 연결돼 인상 깊은 전시였습니다.
두 작가가 2년 만에 다시 연 이번 전시 제목은 기존 ‘면면(面面)이 면면(綿綿)히’에 ‘정(情)’이라는 글자가 붙었습니다. 우선 전시 주제인 ‘면면’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면면(面面)’은 우리가 관계 속에서 마주하는 여러 얼굴을, ‘면면(綿綿)’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뜻한다고 합니다.
강화도에 거주하는 한희선 작가와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김승현 작가는 일상과 즉흥이라는 공통의 결을 공유하면서도 도시와 시골이라는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체득한 감정의 질감을 대비시킵니다. 2인전 ‘면면이 면면히’의 핵심 주제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추가된 ‘정’은 무엇일까요? 한희선 작가의 설명입니다.
“情은 한국인의 정서이자 세계적 공감 언어로 확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SNS로 연결되지만, 정작 서로의 마음은 멀어진 시대죠. 그 안에서 정은 여전히 우리를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실입니다. 정은 단순한 친밀감이 아니라 고운 정과 미운 정이 뒤섞인 복잡한 결입니다. 그 속에서 인간은 상처받고 다시 이어지며, 시간은 감정을 매만지며 계속 흘러갑니다.”
한희선 작가는 지난해 겨울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집회를 보고 이번 전시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누구인지 모르는 ‘그 누군가’가 보온용 ‘핫팩’을 집회 참가자들과 나누는 모습, 따뜻한 커피를 나누는 모습, 새로 피어난 ‘선결제’ 문화, 그리고 응원봉의 빛들을 보면서 ‘정’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고 합니다. 소창천에 녹물을 들이는 작업을 하는 한희선 작가는 광장에서 쓰였던 핫팩의 철가루로 또 다시 소창천에 녹물을 들였습니다. 그렇게 그 순간을 기록했습니다.
한희선 작가의 ‘사회적 정’에서 김승현 작가의 ‘엄마의 정’으로 자연스럽게 전시가 연결됩니다. 도시의 풍경과 시간의 흔적을 즉흥 드로잉으로 남기고 있는 김승현 작가는 매일 보는 풍경과 매일 달라지는 순간의 이미지들을 사라지기 전, 빠른 속도로 그리고 지우길 반복하며 화폭에 쌓아갑니다. 일상 속에 숨은 결들을 찾아내는 김승현 작가의 작품들도 ‘정’이라는 주제 속에서 따뜻하게 보입니다.
두 작가는 이번 전시를 ‘자생적 비엔날레’라 부릅니다. 기존 제도나 지원의 틀에서 벗어나 작가 스스로의 성장을 확인하고자 앞으로도 2년마다 전시를 열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도 지난 전시 때와 마찬가지로 작가들이 서로의 작업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시를 위해 만나고 보니 신기하게도 연결돼 있었다”고 합니다.
두 작가는 매번 새로운 주제와 형식을 실험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2년 후 ‘면면이 면면히’는 두 작가의 공동 작업을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참 흥미로운 전시 프로젝트입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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