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0일 동숭동 이음갤러리서 개최
호기심과 수줍음을 가진 귀신고래 닮은 도예작가가 평범한 하루를 도판에 담았다.
여주와 이천에서 활동해 온 도예작가 이안욱(36)씨가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동 이음갤러리에서 일곱 번째 개인전 ‘귀신고래의 그림일기’를 개최한다.
서른 여섯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일곱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가 이천에 있는 특성화 학교인 한국도예고등학교 출신으로 다운증후군이라는 선천성 발달장애를 가졌다는 점 등 놀랄 일이 한둘이 아니다.
언어장애가 있는 이 작가를 대신해 부모가 인터뷰에 나서 작가의 예술세계와 성장 과정을 설명했다.
전시 부제인 ‘귀신고래’는 작가의 별칭이다. 부모는 “TV에서 우연히 본 고래 다큐멘터리에서 ‘귀신고래’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며 “큰 덩치에 상처 많은 피부, 작은 혹이 주렁주렁 달린 기이한 생김새 때문만이 아니라 호기심과 수줍음 때문에 배 가까이 접근했다가 불쑥 솟아올랐다 서둘러 사라지는 습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림일기 형식의 전시를 기획하다 그 유사성이 작가와 닮았다는 생각에 별칭으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10년 넘게 귀신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주로 공포영화 속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다 죽임을 당한 원혼들을 그렸다. 부모는 “작가는 스스로 귀신이 되어 부당한 대접을 받거나 차별받는 사람들을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끌어안고 치유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는 귀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작가가 카페에 가고, 여행을 가고, 꽃구경하고, 텔레비전으로 산불 뉴스를 보는 등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을 손바닥만 한 도판에 안료로 그려 가마에 구워낸 것들이다. 화가이자 소설가인 이제하 선생은 “자유분방한 상상력 속에서도 공간을 재구성하는 능력이 돋보이며 구도가 잘 정돈되고 색감이 세련됐다”고 평가했다.
부모는 “불안정하고 신경질적인 선들, 엉성하고 자신감 없어 보이는 불명확한 묘사, 갈팡질팡 빗나간 붓질에서 작가가 보낸 어떤 하루를 상상하는 것이 이번 전시가 주는 특별함”이라고 했다.
도록 대신 제작한 ‘카드책’에는 ‘타자는 알 수 없는 존재’라는 명제가 담겼다. 부모는 “타자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받아들이면, 더디긴 해도 좌절하지 않고 타자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영역을 차근차근 넓혀갈 수 있다”며 “이안욱의 작품을 보며 자주 놀라고, 공감하며, 미소를 짓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의 영역 안에 함께 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이 작가의 성장 배경에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자리한다. 부모는 “우선 한국도예고등학교라는 특성화 학교에서 대학 못지않은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제대로 된 도예교육을 받았다는 건 행운”이라며 “또 한국세라믹기술원 이천분원에서 받은 유약 교육도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창작지원 프로그램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며 “절차가 까다롭지만 작가로서 최소한의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귀신고래의 그림일기’는 한 예술가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가정과 학교, 사회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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