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공장 없어 수출 호황에도 위판액 감소

육성 조례 불구 내년 예산 삭감 어민들 분통

道, ‘검은 반도체’ 더 적극적인 태도 바란다

황준성 경제부장
황준성 경제부장

올해 한국의 김 수출 실적이 역대 첫 10억달러를 넘었다. 지난 20일 기준 10억1천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썼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조5천억여원. 우리나라 김 수출 산업은 이제 2조원대를 바라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10억달러 수출을 오는 2027년께나 가능하다고 내다본 바 있다.

정부는 김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양식장 신규 면허를 2천700만㎡(2천700㏊) 늘렸다. 또 가공설비를 현대화해 해외 판로 개척에 힘썼다. 국제 인증 취득 지원 등 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김밥 등 K-푸드에 대한 전세계의 열풍 등도 한몫했다. 김은 이제 검은 반도체라 불리며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경기도 김 산업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수출 호황과 생산량 증가에도 제대로 된 가공시설이 전무한 탓에 다른 지역으로 팔려 도내 어민이 손에 쥐는 생산가는 하락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는 김을 바다에서 생산하고 수확할 뿐이다.

통상 김은 10월부터 그 다음해 4월까지 낮은 수온의 바다에서 생산된다. 기후 변화 속 경기도 바다는 남쪽보다 김 생산에 더 적합해지고 있다. 그래서 품질도 우수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가공공장이 없어 수출용 마른김이나 조미김을 만들지 못한다. 남쪽의 가공공장에서는 남해김 70~80%와 경기도 김 20~30%를 배합해 마른김이나 조미김을 만든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기도 김 가격은 남해권 도매상 가격에 종속된다. 품질이 더 우수해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바다에서 생산된 물김을 넘기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기도내 김 위판액은 324억원으로 전년동기 409억원 대비 약 20% 감소했다. 2022년 218억원에서 2023년 87% 증가하며 호황을 누렸지만 1년 만에 우하향 그래프로 돌아섰다. 김 수출은 크게 늘고 있는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경기도는 김 위판액 감소 원인으로 공급 과잉을 꼽는다. 해양수산부가 ‘김 수급 안정화 방안’과 ‘김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며 각 지자체에 김 양식 면허지 확대를 요청했고 경기도 역시 51㏊를 추가해 총 3천143㏊ 규모의 김 양식장을 운영, 생산량이 전년대비 2~3%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공 김의 수출은 늘었는데 재료인 젖은 김은 오히려 생산량이 늘어 가격이 하락했고, 그 피해를 가공공장 없는 경기도 어민들이 고스란히 받게 됐다. 만약 제대로 된 가공공장이 있었다면 제값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직접 수출도 할 수 있고 말이다.

그럼에도 경기도에 김 가공공장 설립 계획은 없다. 복잡하고 난해한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 완도김, 광천김 등 충청·남해권에서는 그 지역의 이름을 적용한 김이 있다. 경기도 김은 이름조차 없다.

물론 경기도에서도 김 산업 육성을 위해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경기도 해양수산과와 몇몇 경기도의회 의원들은 김 산업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고, 그 결과 조례 제정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관련 내년 예산이 오히려 삭감되면서 그 빛이 퇴색됐다.

실제로 지난 11일 경기도가 공개한 2026년도 예산안을 보면 ‘고품질 김 생산 지원’ 예산은 1억3천685만원으로 지난해 1억9천550만원 대비 무려 30%가량 줄었다. 더불어 어업 경쟁력 강화 예산 15%, 경기바다 수산신품종 발굴 예산 12%, 해양수산 연구기반 조성 17%, 어업인 육성 및 기술보급 19% 등 전반적인 해양수산 관련 예산도 감액됐다.

경기도 어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당장 급하지 않은 항포구 건설 예산은 그대로 둔 채 정작 어민의 생계에 꼭 필요한 예산들은 모두 삭감되니 화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경기도 김 산업 육성에 대한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스럽다. 검은 반도체라 불리며 우리나라 수출 효자로 자리잡고 있는 김 산업인만큼 경기도도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임했으면 한다.

/황준성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