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습
그시절 준비물·장난감들 그대로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에는 ‘八(팔)부자 거리’가 있습니다. 북수동 성당 뒷길에서 후생병원까지 이어진 옛길입니다. 정조대왕은 수원 화성을 짓기 시작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정조대왕은 전국 8도의 부자와 상인들에게 혜택을 주고 이들을 수원으로 데려오는 묘책을 생각해냈죠. 당시 이들이 자리잡은 곳을 팔부자 거리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역사적인 길에 1980년 초반, ‘문천사’라는 서점이 들어섭니다. 그리고 이 서점을 중심으로 주변에 문구점들이 하나씩 문을 열기 시작하죠. 이때부터 팔부자 거리에 ‘문구’가 붙어 ‘팔부자 문구거리’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팔부자 문구거리에 있던 문구점들은 ‘문방구들의 문방구’였습니다. 동네에서, 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하던 사장님들이 물건을 가지러 갔던 곳이었거든요. 학창시절 우리가 문방구에서 샀던 공책, 체육복, 리코더, 포스터물감, 장난감 등은 문구거리를 거쳐 수원 시내 문방구들로 갔던 것이죠. 여기에 더해, 그당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월간 문제집 ‘다달학습’을 사러 많은 학생과 학부모도 문구거리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10곳이 넘는 문구점이 문구거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화하면서 문구거리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2000년대 초반 학교 준비물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가 확대되고 학생 수는 갈수록 줄었으며 다이소 등 저가형 매장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동네 문방구는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하나둘 문을 닫았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문방구들의 문방구가 모여있던 문구거리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지금은 단 3곳만이 문구거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문구거리에 어느날부터 문방구 사장님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그시절 추억을 찾으러 말이죠. 그때 썼던 학교 준비물, 그시절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찾아 문을 두드립니다. 이번 레트로K는 문방구들의 문방구에서, 40년 문구 역사를 간직한 추억의 만물상점 ‘동광과학교재사’로 떠납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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