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하면 반달가슴곰이 절로 연상된다. 속리산을 오를 땐 하늘다람쥐와 깜짝 조우할까 기대를 품게 된다. 2007년부터 국립공원마다 상징 동식물을 ‘깃대종(flagship species)’으로 지정하고 보호한 덕분이다. 북한산 오색딱따구리와 산개나리, 설악산 산양과 눈잣나무, 속리산 하늘다람쥐와 망개나무에 이어 2013년 무등산 수달과 털조장나무, 2019년 한라산 산굴뚝나비와 구상나무까지 총 43종이 깃대종에 합류했다. 깃대종의 개념은 1993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생물다양성 국가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안했다. 마치 개척자가 깃대를 꽂듯 지역 생태계 회복 의지를 상징적으로 내포한다.
인천에도 5종의 깃대종이 있다. 2021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저어새, 금개구리, 점박이물범, 흰발농게, 대청부채를 선정했다. 10개 군·구 중 부평구에서 처음으로 깃대종 선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관심의 대상은 ‘맹꽁이’다. 2012년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레드 리스트 관심대상(LC)이기도 하다. 땅 잘 파서 쟁기발개구리라고 불린다. 저지대에 분포하고 야행성이다. 주로 장마철에 번식하는데 10월부터 동면에 들어간다. 등을 자극하면 독을 뿜기도 한다. 습지를 좋아해 굴포천과 부영공원 일대에 서식하고 있다.
도심 속 맹꽁이는 점점 고립되고 있다. 도시화는 물웅덩이를 콘크리트로 덮어버린다. 배수로에 낳은 알과 올챙이들은 무방비로 쓸려 내려간다. 도로에서 맹꽁이 수백 마리가 로드킬을 당한 적도 있다. 서식지가 파괴되니 이리저리 떠돌이 신세다. 청라국제도시가 개발되면서 심곡천 일대로 밀려났다. 계양테크노밸리 부지와 미추홀구 드림업밸리 일대에 살던 맹꽁이 가족은 대체지로 강제 이주 당했다.
부평구의회는 주민 설문조사와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맹꽁이를 깃대종으로 제안했다. 그런데 부평구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한 달이 지나도록 행정절차에 손 놓고 있다. 환경단체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갈산1구역 도시정비사업 등 개발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민원을 의식한 것이라고 의심한다. 개발과 환경의 충돌은 언제나 딜레마다. 서식지 파괴는 단순한 종의 손실을 넘어 생태계 회복력까지 위협한다. 맹꽁이냐 사람이냐, 행정의 셈법은 복잡하다. ‘깃대종 동상이몽 소란’에 맹꽁이가 동면에서 깰까 봐 걱정이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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