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박세원 “뇌물 아니다” 정승현 “인정”
사업자, 공무원과 계약 구조 파악 후 접근
이 2억, 박 2억, 정 4천만원 등 5억원 규모
“뇌물 아닙니다”, “공소사실 인정합니다”
현직 경기도의원들이 구속되는 등 지역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 ‘지능형교통체계(ITS) 구축 사업 비리’ 첫 재판에서 피고인이 된 의원 간에 혐의 인정 여부가 엇갈렸다.
2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기환 전 의원과 정승현, 박세원 의원 등에 대한 첫 공판이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2형사부(박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수의(囚衣)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이들에게 재판부는 “직업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 전 의원은 “경기도의원이었는데, 지금은 사직 상태다”라고 답했고, “현재 무직인가”라고 묻는 재판부 질문에 “지금 무직이다”고 했다. 그는 구속된 직후인 지난 9월 22일 도의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 의원과 박 의원은 각각 “경기도의원이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검찰이 공개한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를 묻자, 각 피고인의 변호인들 사이 답변이 갈렸다.
이 전 의원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본인 명의 통장으로 입금된 돈 등에 대해서는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고, 박 의원 측 변호인도 “1천만원을 받은 것은 빌린 것이고 갚았으며 (사업자) 김모씨의 세금 문제 등을 위해 업체를 소개해 준 것이며 뇌물수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공소사실 일부를 부인했다.
반면 정 의원 변호인은 “피고인은 전체적으로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 다만,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을 했다거나 하는 등의 사실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ITS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관공서(지자체)에 지능형 CCTV 등에 대한 영업을 통해 사업을 수주하면 관공서가 지급받는 특별조정교부금(특조금)의 일부를 수익금으로 나눠 이익을 챙겼다.
구체적으로, 김씨가 관여한 사업은 ‘지능형 CCTV 선별 관제 시스템 기능 고도화’ 사업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해당 사업의 경우 지자체에 특조금이 배정되면 담당 부서 공무원 등이 입찰을 통해 선정 업체와 계약하는 구조라는 점을 파악하고, 도의원들에게 접근했다.
특조금을 교부받는 과정에서 김씨는 이 전 의원과 정 의원, 박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했고, 이들은 특조금 신청 배부, 집행 등과 관련해 시군 주무 부서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검찰이 파악한 뇌물 수수 규모는 이 전 의원이 2억1천735만원, 정 의원 4천만원, 박 의원이 2억8천800여만원으로 총 5억원 이상이다.
이날 사업체 대표 김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신문도 진행됐다. 김씨는 뇌물을 건넨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각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그의 진술 일부에 대해 부인했다.
앞서 김씨는 안산시 상록구청 소속 6급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이미 재판받고 있으며 검찰이 지난 20일 징역 7년을 그에게 구형한 바 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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