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효소·혈당조절 맡는 기관

염증, 단순 소화불량 오해 쉬워

전신 확대땐 장기부전·패혈증

조기 발견이 치료의 성패 좌우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앞선 칼럼에서 개와 고양이에서 발생하는 췌장염은 반려동물의 생명을 빠르게 위협할 수 있는 대표적 급성 복부 질환이라고 밝힌 바 있다. 췌장염이 위험한 질환임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이유는 그만큼 위험하고 흔한 반면 보호자들 입장에서는 반려동물이 보이는 위장관계 증상을 췌장염으로 인지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함이니 만큼 잘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췌장염의 원인과 증상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면 이번 칼럼에서는 췌장염의 진행 과정과 그 진단과정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자. 췌장염의 발생 초기에는 단순 위장 장애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호자의 조기 인식이 특히 중요하다.

췌장은 음식물 소화를 담당하는 소화 효소와 혈당 조절을 맡는 호르몬을 동시에 분비하는 기관으로,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정상적인 전신의 기능이 즉각적으로 무너지면서 연쇄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췌장 자체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췌장 세포 안에 저장된 소화 효소가 제때 분비되지 못하고 스스로 활성화가 진행되면, 췌장 조직을 직접 자가 분해하기 시작하며 염증의 진행 정도에 따라 주변 장기와 혈관까지 손상을 일으키는 ‘자가소화’ 과정이 촉발된다. 췌장염의 진행은 보통 초기, 급성기, 전신 영향기로 나눌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구토, 식욕부진, 무기력 같은 비특이적 증상만 나타나 보호자가 단순 소화불량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염증이 본격화되는 급성기에는 복통이 심해지고 호흡이 빨라지며 고양이의 경우 특유의 ‘엎드려서 배를 보호하는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흔하다.

염증이 전신으로 확대되는 단계에서는 탈수, 저혈압, 저체온 또는 고열 등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장기부전과 패혈증으로까지 진행할 수 있다. 패혈증이 진행되는 경우라면 적극적이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특히 개는 기름진 음식을 섭취한 직후 급성 췌장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고양이는 만성형으로 조용히 악화되는 경향이 있어 서로 다른 경고 신호를 가진다. 이런 차이는 진단 시점에도 영향을 미쳐 고양이의 췌장염은 수개월 이상 만성 복통이나 가벼운 구토로만 나타나 보호자가 이상을 뒤늦게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췌장염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검사가 복합적으로 활용된다. 첫 단계는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다. 고열 또는 저체온, 복부 압통, 탈수 정도 등을 확인해 염증의 심각성을 파악한다. 혈액검사는 췌장염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개에서는 CPL, 고양이에서는 FPL이라 불리는 특이적 리파아제 수치가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효소 검사만으로는 정확도가 낮기 때문에 이러한 특이적 리파아제 검사가 핵심적인 검사 방법으로 자리잡았다. 영상검사 역시 빠질 수 없다. 복부 초음파는 췌장의 부종, 주변 지방 조직의 변성, 담관의 변화 등을 확인해 염증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다만, 고양이의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작고 깊은 위치에 있어 영상진단에 있어 경험이 풍부한 수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 CT가 활용되기도 하는데 이는 중증 환자에서 췌장 주변 장기의 괴사나 출혈 여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전해질 검사, 혈당·칼슘 수치, 간·신장 수치 등은 전신 영향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수적이다.

췌장염은 조기 발견이 치료 성패를 가르는 대표적 질환이다. 가벼운 구토나 식욕부진이 하루 이상 지속된다면 ‘스스로 좋아지겠지’라는 기대보다는 병원을 찾는 것이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예방이다. 특히 반려동물이 고령이거나 간이나 신장 등에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더 작은 변화라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췌장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더딘 기관이므로, 초기 신호를 알아차리는 보호자의 관심이 곧 반려동물의 생명을 지키는 첫번째 진단 순서임을 기억하는 슬기로운 보호자생활을 영위하기 바란다.

/송민형 경기도수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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