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형 산림청 산림교육원장
최은형 산림청 산림교육원장

전 세계적으로 산불현장에서 사용되는 장비 중 ‘풀라스키’라는 것이 있다. 도끼와 곡괭이를 합쳐놓은 외양인데, 진화를 위해 나무를 베고 흙을 파내는 데 많이 사용되는 장비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산림 공무원인 에드 풀라스키(Ed Pulaski)가 고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1910년 8월 미국 아이다호주 로키산맥 지역에 큰 산불이 났다. 풀라스키는 45명의 대원을 이끌고 산불을 진화하던 도중에 돌풍으로 순식간에 고립되고 만다. 겁에 질린 대원들이 각자 흩어지려하자, 그는 인근의 폐광 갱도를 기억해내고 대원들을 대피시켰다. 쏟아지는 불똥을 막으며 사투를 벌인 끝에 45명 중에 40명이 살아남게 된다. 평소 관할 구역을 구석구석 살피며 지역의 지형과 산불의 행동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한 풀라스키의 판단력과 리더십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산불현장에서는 발전된 기술과 장비의 도입으로 산불대응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산불의 진행을 사전에 예측하고, 실시간 데이터 전송으로 진화 자원의 효율적 배치와 운용을 도와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환경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 극한의 불확실성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의 힘’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역량을 결정짓는 것은 교육훈련이다.

풀라스키의 사례는 교과서 중심 매뉴얼 교육의 성과라고 보긴 어렵다. 극한의 압박감 속에서 냉철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집행할 수 있는 내재화된 리더십 훈련의 결과로 봐야한다. 그의 훈련된 경험과 결단력은 귀중한 생명을 구했고 그가 고안한 ‘풀라스키’는 현장 경험이 어떻게 교육자산이 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산불재난에 맞서는 힘은 장비나 기술과 함께 잘 훈련된 사람에게서 나온다. 현장 지휘자에서 진화대원 그리고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위기 속에서도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난에 대비하는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투자일 것이다.

/최은형 산림청 산림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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