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새 이전과 다른 폭설 경험
이제 사회적 리스크로 인식해야
기상청, 예보 정확도 향상 힘 써
국민 안전 지키기 최선 다할 것
하얀 눈은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자 계절의 상징이다. 포근하게 내리는 눈은 도시의 소음을 덮고, 차가운 바람 속에서 따뜻한 정적을 선물한다.
그러나 그 고요한 풍경의 이면에는 언제나 위험의 그림자가 함께 드리운다. 짧은 시간 집중되는 폭설은 교통과 전력, 통신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평범한 일상을 순식간에 멈춰 세운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이전과 다른 폭설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린 첫눈은 이례적으로 일부 지역의 적설이 40㎝를 넘으며 11월 적설 평균치를 훨씬 넘어섰고, 갑작스러운 폭설로 곳곳에 교통 혼잡과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올해 4월엔 서울을 포함한 중부 일부 지역에 봄꽃이 핀 뒤 눈이 관측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폭설 양상은 달라지고 있으며 눈은 겨울의 전유물을 벗어나 계절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초가을과 늦봄의 폭설은 기후변동성이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전에 눈은 한겨울에 집중됐으나 이제는 11월 초나 4월에도 내리는 등 비정상적인 시기의 강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단발성 기상이변이 아니라 앞으로 더 빈번해질 수 있는 기상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편, 무거운 눈인 습설은 피해를 크게 만든다. 습설은 기온이 0℃ 안팎으로 충분히 낮지 않을 때 내리는 눈으로 수분 함량이 높아 건설보다 2~3배 무겁다. 축축해서 잘 달라붙기 때문에 제설이 어려우며 눈이 내린 후 기온이 더 낮아지면 얼어붙어 단단해지기도 한다. 높이 쌓이는 특징도 있어서 전선이나 시설물 위에 쌓이면 송전선 절단, 비닐하우스·축사 붕괴, 나뭇가지 무너짐, 통신 장애 등의 2차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쏟아진 첫눈은 습설로 이로 인해 수백 동의 농가 시설물이 무너지고 정전이 잇따랐으며 도심에서는 지붕과 간판 위에 쌓인 눈이 한꺼번에 떨어지며 낙설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대설을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닌, 사회적 리스크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설이 내리면 교통 혼잡, 물류 지연, 전력 공급 차질이 발생하며 응급차량 이동이 지연돼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기상청은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해상도 수치예보모델의 운영과 함께 과거 대설 사례를 데이터화해 지역별 기후 특성과 지형 조건을 반영한 예보 정확도 향상에 힘쓰고 있다. 또한 위성·레이더 관측자료를 결합해 실시간 강설 감시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기상청은 ‘호우 긴급재난문자’ 서비스를 2023년 수도권지역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2024년부터 수도권기상청 정규운영, 전남권·경북권에 시범 운영하는 등 확대 운영했고 올해는 안정적인 발송 체계를 구축해 전국으로 확대해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일부 지역에 강한 눈이 관측될 때, ‘대설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해 겨울철 갑작스러운 대설에 대응하고 폭설 피해 최소화에 힘쓸 계획이다.
이와 같은 실시간 기상 정보 제공은 현장의 대응 속도를 높이고 국민이 위험을 인식해 스스로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대설은 자연의 일부이지만 그 영향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 하얗게 내리는 눈의 아름다움이 위기로 바뀌지 않도록 과학적 예측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확한 예보와 신속한 대응, 국민의 경각심이 모일 때 피해는 최소화될 수 있다.
올 겨울, 모두의 노력으로 대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기상청은 앞으로도 예보 기술 고도화와 실시간 감시 역량 강화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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