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스스로 극단적 정당의 길 걸어가

양비론은 올바른 처방을 제시할 수 없어

개별정당 승리보다 한국정치 복원 중요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

정당은 정치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국가와 사회의 중간에 위치하며 사회 갈등과 이익을 표출하고 각기 다른 지지층을 통해 사회적 지향과 합의를 도출하는 기능을 담당할 때만 존재 이유를 갖는다. 정당은 또 권력획득을 위해 경쟁 정당들과 적대하기도 하고 권모술수도 동원하면서 흑색선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른바 ‘권력정치’(power politics)라는 현실정치의 모습이다. 이렇듯 이상과 현실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해야 하는 게 현대정당이다. 정당들로 구성되는 정치체제가 어떠한 내용과 수준을 갖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이 결정된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공고해졌다 하더라도 실질적 내용에서 정치의 본령을 수행하지 못하면 정치는 퇴행할 수밖에 없다. 각국의 시대와 배경에 따라 각기 다른 정당체계가 존재하고 정당의 형태 역시 일률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좌우의 극단적 모습을 띠게 될 때 동일한 정당체계에 속하는 다른 정당도 본래의 기능을 다할 수 없다. 한국이 이 모델의 전형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노골적으로 극우정당의 길을 가기로 작정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후 1년이 다 되도록 반성은커녕 극우세력을 선동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내란 특검이 20명 정도를 기소했지만 ‘내란’이 종식됐다고 볼 수 없다. 단순히 법정에서의 단죄가 최종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법리적 측면에서가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집단을 선동하고 계엄을 옹호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있다고 인식하는 정당이 있는 한 진정한 내란 종식이라 볼 수 없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얘기지만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가 임박하면 할수록 더욱 극단적 정당의 길로 스스로 걸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개별 정당의 선거 승패의 차원을 넘어 국익에 심대한 손상을 가져온다. 정당 내외에 길항과 긴장을 갖는 세력이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때 정치는 일탈하지 않고 선거 승리를 위해 민심 일반과 일치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 그럴 때 권력정치가 이상주의 정치와 접점을 이룰 공간이 생긴다. 그렇지 않으면 정당은 오로지 구성원의 정치적 탐닉과 경제·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저급하지만 공인된 이익결사체로 전락한다. 지금의 대한민국 정당체계가 빠져들고 있는 길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을 모든 정당의 탓으로 돌리는 양비론은 진단의 오류를 가져옴으로써 올바른 처방을 제시할 수 없다. 한국정당체계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대통령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하고 각종 선거제도의 개혁을 제시하지만 이러한 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국정치가 진전된(advanced) 길로 갈 수 없다. 이는 필요조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극우정당의 해체가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에 의한 정당해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많은 의원들과 당원들 역시 지금의 국민의힘의 지향이 올바르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내년 지선에서 대패해야 정신을 차릴지 모를 일이나, 선거와 무관하게 현재의 국민의힘의 극우 지향을 볼 때 더불어민주당이 긴장하면 더 이상한 일이다. 야당이 여당을 견제하고 중도층 민심에 걸맞은 행보를 보일 때만 집권당이 긴장하는 법이다. 국민의힘이 입법권을 사실상 몰수당한 배경은 단순히 민주당의 압도적 의석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일반이 보고 있는 국민의힘의 시대정신과 민주주의 인식의 부재에서 야당으로서 권위도, 존재감도 찾지 못하는 게 더 큰 이유다. 지난번 대장동 사건 1심 판결 이후 검찰의 ‘항소포기’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훨씬 높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했다. 정당지지도가 이를 정확하게 방증하고 있다. 정당의 선거승패는 병가지상사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개별 정당들의 선거 승리 여부보다 한국정치의 복원이 훨씬 중요하다. 극우와 극단으로 치닫는 정당의 존재는 당해 정당의 몰락 뿐만아니라 한국정치를 망치기 때문에 극우와의 단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슨 생각인지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무슨 계획이 있는 걸까.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