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심야 10시 27분께 깨어있던 국민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 헬기가 국회 앞마당에 착륙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대경실색했다. 비상계엄으로 헌법을 유린하고 국권을 찬탈한 신군부 쿠데타를 87체제로 극복한 국민들은, 30여년 만에 마주한 비현실적인 장면에 치를 떨고 분연히 궐기했다. 국민들이 엄호하는 가운데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국회 담장을 넘었고, 국회는 4일 새벽 1시 3분께 계엄해제 요구안을 통과시켜 150여분 만에 불법 위헌 계엄을 합법적으로 해소했다.
경인일보는 인터넷판 호외 ‘긴급 사설’을 통해 비상계엄을 단호하게 비판했다. “비상계엄 선포 명분인 국회의 체제 전복은 터무니없고,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은 실체가 없다”며 “대통령의 나홀로 계엄”으로 규정했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시대착오적 오판의 정치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고, “전혀 예상치 못한 정치 격변”을 걱정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1년이 지난 오늘 경고는 어김없이 실현됐고 실현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일치 심판으로 윤 전 대통령을 탄핵해 정치적 책임을 물었고, 곧 이어진 대통령 선거로 신속하게 중단된 헌정을 복구했다. 내란특검 등 3대 특검의 조사로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 중이다. 부인 김건희씨도 세간의 뇌물수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재판정에 섰다.
하지만 걱정했던 “예상치 못한 정치 격변”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즈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 전부터 양분된 민심이었다.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를 거부했고, 야당은 국무위원 탄핵을 남발했다. 갈라진 민심은 헌재 탄핵심판에 즈음해 분열 양상이 격렬해졌고, 여야 정당은 찬탄, 반탄 민심에 올라타 대선을 치르면서 민심을 결정적으로 분열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무지한 전직 대통령의 무모한 위헌 계엄이었다. 야당의 헌법적 견제권리를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무산됐고, 책임은 탄핵으로 완성됐고, 단죄는 재판으로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위헌 계엄의 합헌적 단죄와 청산 과정을 인내해야 한다. 단죄의 약화와 청산의 지체를 우려해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 같이 위헌 시비에 휘말릴 입법을 강행한다면 역풍을 맞는다. 전직 대통령의 위헌으로 획득한 정권을 위헌적 과욕으로 오염시키는 언행을 경계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위헌 대통령의 시간에 스스로 유폐돼 대중정당의 면모를 상실하고 여당의 독주를 방임함으로써 한국 정치의 퇴행을 재촉하고 있다. 위헌을 위헌이라 선언하지 못하니 여당의 위헌 내란정당 프레임에 갇혀 중도층은 물론 합리적 보수층의 지지를 잃었다. 위헌 계엄의 불의를 변명하면서 여당의 편법과 탈법에만 집착한 탓이다.
여당과 야당 모두 헌법적 절차와 사유로 국민과 함께 2024년 12월 3일과 결별해야 한다. 여당은 인내로 야당은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로 정치를 비상계엄으로부터 분리시켜 정상화시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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