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AI 시대, 여성폭력 양상 다양… 새로운 사회적 위협 맞서 목소리 높여야”

 

올해 안보리 결의안 1325호 채택 25주년

논의 범위, 국가서 지자체까지 확장해야

성·인종 편향 심각… 정책적 개입 시급

평화 주체 될 수 있도록 구조 개선 필요

랑기타 드 실바 드 알위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이 지난 2일 ‘2025 경기여성 국제포럼’이 열린 수원 라마다호텔에서 경인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갈등과 분쟁의 지형이 변화하는 만큼 여성의 기본권과 평화, 안보를 지키기 위한 국제적인 협의와 지자체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12.2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제공
랑기타 드 실바 드 알위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이 지난 2일 ‘2025 경기여성 국제포럼’이 열린 수원 라마다호텔에서 경인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갈등과 분쟁의 지형이 변화하는 만큼 여성의 기본권과 평화, 안보를 지키기 위한 국제적인 협의와 지자체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12.2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제공

올해는 국제연합(UN)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1325호를 채택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결의안 1325호는 ‘여성은 평화 실현의 주체로 참여해야 하며 전쟁과 분쟁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최초의 국제 결의안이다.

UN은 내년 초 의결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부터 결의안 1325호에 담긴 내용을 확장하기 위한 부속서 초안을 만들고 있다. 갈등과 분쟁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성인권 전문가인 랑기타 드 실바 드 알위스 펜실베니아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결의안 부속서 작업에 참여했다.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인 랑기타 교수를 지난 2일 ‘2025 경기여성 국제포럼’이 열린 수원 라마다호텔에서 만났다.

랑기타 교수는 여성과 평화, 안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가 국가 차원을 넘어 기초·광역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로 확장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초와 광역 지자체는 여성 인권 정책을 실제로 수행하는 단위”라며 “UN 결의안 부속서에 담긴 내용이 현장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위기,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등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기존의 신체적 폭력에 한정되지 않고 더 광범위하고 구조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록적인 폭우와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는 모두에게 위협이 되지만, 피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 이주민들은 경제 참여권, 식량과 보건의료 접근성이 남성에 비해 취약한 편이고 스리랑카를 덮친 사이클론 사례에서도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랑기타 교수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성·인종 편향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공지능은 오랫동안 백인 남성 중심의 데이터로 훈련돼왔다”며 “법 집행, 금융 등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여러 분야에서 편향이 재생산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어 “기술 선진국인 한국, 그중에서도 경기도가 알고리즘 편향을 바로잡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랑기타 교수는 지난해 12·3 계엄 이후 광장에 모여 응원봉을 들었던 한국의 2030세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정치적인 이념을 드러내기 위한 시위가 아니라 불합리한 폭력에 맞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낸 사례”라며 “한국 민주주의 회복 과정에서 여성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성은 갈등과 분쟁의 피해자가 아니라 평화를 구축하는 주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랑기타 교수는 “여성의 대표성이 낮거나 그들의 목소리가 정책 의제에 제때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다”며 “여성들이 평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꿔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