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베어(Urban Bear·도시형 곰)에 일본 열도가 골치를 앓고 있다. 지하철역이나 쇼핑몰에서 야생곰을 마주치는 일, 종종 일어나는 실화다. 곰 출몰 신고 건수는 올 4월부터 9월까지 2만건에 달한다. 곰의 습격으로 13명이 목숨을 잃고 160명이 다쳤다. 지난달에는 아키타현 아키타시 주택가에서 70대 신문배달원을 덮치기도 했다.

야생곰에게도 사정은 있다. 지구 온난화에 생체시계가 고장났다. 기후 패턴이 불규칙하니 계절 감각이 무뎌졌다. 제때 겨울잠에 들지 못하거나 일찍 깨어난다. 먹이인 너도밤나무 열매마저 부족하다.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산에서 도심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엄마곰을 따라 도심의 맛을 본 새끼곰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학습효과는 놀랍다. 되레 공포에 질린 인간들이 쫓아낼 묘책을 궁리한다. 전기울타리와 곰 퇴치 스프레이, 곰 방울이 불티난다.

한국에서 반달가슴곰은 보신용 밀렵 대상으로 멸종 위기에 내몰렸었다. 각성한 사람들은 2004년 지리산에 반달곰을 방사했다. 2018년에는 목표치 50마리를 넘어섰다. 현재 지리산과 덕유산 등지에 93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중 57마리는 위치 추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개체 수가 줄거나 넘쳐도, 안보여도 걱정이다. 지리산에 국내 처음으로 ‘곰 퇴치용 종’이 설치됐다. 2014~2023년 10년간 반달곰 위치정보 3만건 분석자료를 보면, 탐방로 반경 1㎞ 이내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62%나 된다. ‘베어 벨(Bear Bell)’은 곰이 싫어하는 금속 소리를 낸다. 종주 능선인 연하천대피소~세석대피소 9㎞ 구간에 10개를 달았다. 일본처럼 혹시 모를 곰의 공격으로부터 탐방객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기후 교란과 서식지 변화가 심화되면, 반달곰이 언제 하산할지 모를 일이다.

도심 속 야생동물 목격담이 잇따른다. 최근 안양 산책로에 야생 너구리가, 동탄 한 아파트단지 안에는 고라니가 출몰했다. 엄밀히 말하면, 야생동물들의 침범이 아니다. 산을 깎아 도시를 만들고 길을 뚫은 사람들이 서식지를 빼앗았다. 굴착기 소음과 자동차 빛에 놀란 동물들이 탈출하는 것이다. 이제 사람과 야생동물 모두가 안전한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 무섭고 위험하다고 내쫓고 포획·살생하기보다, 지속가능한 공생을 고민해야 한다. 야생동물을 존중하고 공간을 내어주는 활생(活生)이 필요하다. 야생동물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면 길이 보일 테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