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1년을 대하는 여야의 입장과 처지에 명암이 극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발표한 ‘빛의 혁명 1주년 특별성명’에서 “불법 계엄을 물리치고 불의한 권력을 몰아낸 점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대 사건”이라며 노벨 평화상 수상 자격을 자천했고, 내란세력 척결 의지를 강조했다. ‘12·3’을 법정공휴일인 국민주권의 날로 기념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비상계엄을 저지한 민주주의 승리를 대통령과 여당은 양지에서 마음껏 누렸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날도 당 대표와 의원들이 비상계엄에 대한 상이한 인식의 충돌로 불법 비상계엄의 음지에 갇혀버린 옹색한 처지만 보여주었다. 장동혁 대표는 공식 성명이나 기자회견 대신 SNS 게시글을 통해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은 한국 정치의 비극의 원점’이라며 ‘단일대오로 이를 막지 못한 국민의힘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취지로 헌재의 탄핵심판을 부정하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했다.
불법 계엄에 대한 당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기대했던 의원 25명이 장 대표의 비공식 게시글에 놀라 허둥지둥 절절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비상계엄에 대한 사죄,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재창당 수준의 정당 혁신을 담은 사과문은 통렬했지만, 당 대표의 뜻과 다른 소수 의견으로 빛이 바랬다.
국민의힘 25명의 사과문이 당과 전체 당원의 공식 입장으로 비상계엄 해제 직후 발표됐고 일관되게 유지됐다면, 국민의힘의 위상과 정치력이 지금처럼 초라하지 않을 것이다. 극우 보수의 반탄 집회에 휘둘리는 바람에 비상계엄을 불법·위헌으로 규정한 절대다수의 민심에서 이탈했다. 헌재의 위헌 심판을 반탄 대선 후보 선출로 무색하게 했다. 위헌 계엄에 대한 사죄와 탄핵 대통령과의 단절을 결단하지 못해 당·정·대의 독선과 독주를 비판할 정치적 권위를 상실한 채로 비상계엄 1년을 맞았다.
장 대표는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국회 통과에 참여한 국민의힘 18명 의원 중 1인이었다. 그랬던 장 대표가 비상계엄의 반민주적 명분을 옹호하고 20% 남짓한 격리된 운동장의 4번 타자를 자임한다. 확장 가능성 ‘0’에 가까운 정치 불모지대에 보수를 가두겠다는 자멸적 결기다. 이대로면 보수의 황폐화로 대한민국 정치가 불구가 된다. 국민의힘이 결정적인 순간을 재촉하고 있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