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지역 산불 교훈 삼아 행정대집행 단행

굿당·조리시설 등 총 55곳 불법시설물 철거

애기봉 둘레길 등 市 대표 힐링명소 탈바꿈

주광덕 남양주시장
주광덕 남양주시장

올봄 영남 지역을 덮친 초대형 산불은 우리 사회가 자연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뼈아픈 질문을 던졌다. 지난 3월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을 포함한 8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번진 불길은 총 10만4천㏊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 산불로 27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8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피해액은 1조818억원, 복구비는 1조8천809억원에 이른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로스앤젤레스(LA) 산불 피해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숲이 한 번 사라지면 회복은 매우 더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 피해 지역이 외형적 회복을 갖추는 데 30년, 토양이 본래의 기능을 되찾기까지는 10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남양주시는 지난 9월, 산불 위험요인이 집중된 불암산 일대에 대해 결단을 내렸다. 40년간 지속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위해 행정대집행을 전격 단행한 것이다.

불암산은 남양주시민은 물론 서울시민도 즐겨 찾는 명산이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기도발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산 곳곳에 굿당, 주거용 컨테이너, 조리시설 등 불법 점유물이 들어섰다. 그렇게 시민들이 기피하는 구역도 점차 늘어갔다. 촛불을 켜두거나 전기선, LPG통, 유류통 등 산불 발생 위험 물질을 무단으로 설치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이로 인해 ‘기도 명산’이라 불리던 불암산은 ‘도심 속 화약고’로 전락한 상황이었다.

이에 민선 8기 남양주시는 불암산의 자연을 훼손하고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기로 했다.

수십 차례의 설득과 네 차례의 계고 및 시정명령에도 자진철거가 이뤄지지 않자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두달여 간 행정대집행을 실시해 총 55곳, 91만1천482㎡ 규모의 불법시설물을 철거했다. 이는 시민안전을 지키고 훼손된 산림을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자, 40년 넘게 이어진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이었다. 특히 불법건축물 상당수는 정식 등산로와 떨어진 외곽에 자리해 소방차량의 접근이 불가능했고 바로 아래로는 주거지역이 밀집해 있었다. 한 번 불이 번지면 초기 진화가 어려워 대형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컸다.

남양주시는 오랜 기간 누적된 불법 점유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어떠한 상황에서도 시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침해하는 요소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번 조치를 추진했다.

이번 대집행을 통해 산불 위험요인을 우선 제거하고 불암산이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자연은 특정 목적을 위해 임의로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공평하게 누려야 하는 공공자원이라는 원칙에 따른 결정이었다.

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불법건축물이 철거된 자리를 포함해 불암산 애기봉(해발 204m) 둘레길 1.5㎞를 정비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 구간에 자연형 맨발 걷기 길과 숲속 산책로 등을 조성해 남양주를 대표하는 힐링 명소로 만들 예정이다. 아울러 별내동 식송마을에서 애기봉 일원까지 이어지는 약 3.2㎞ 둘레길에 이정표, 목계단, 쉼터 의자 등 기본 편의시설을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정비가 마무리되면 시민들이 불암산을 한층 더 편안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훼손된 산림 회복을 기반으로 불암산을 남양주시의 대표적인 힐링 명소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장기 목표다.

불암산은 이제 다시 시민의 숲으로 회복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산을 되살리는 일일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자연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남양주시의 책임 있는 선택이다.

자연을 지키는 일은 곧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남양주시는 불암산을 시작으로 자연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리고, 누구나 안심하고 누릴 수 있는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이다. 나아가 불암산의 변화가 일시적 조치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점검으로 건강한 산림환경을 굳건히 지켜나가겠다.

/주광덕 남양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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