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통계청)가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의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4% 올랐다. 한국은행 물가안정 목표치(2%)를 조금 웃돈다. 그러나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해 1년4개월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신선식품부터 공업제품·서비스·유류까지 동반 인상되어 서민들의 올겨울 살림이 더 옹색해질 전망이다.
석유류와 농축산물이 전체 물가상승을 견인했다. 지난달에 석유류가 5.9% 뛰어 올해 2월(6.3%)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으며 전체 물가를 0.23% 끌어올렸다. 특히 경유(10.4%), 휘발유(5.3%) 등에서 상승 폭이 컸다.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된 데다 고환율이 가세한 탓이다. 농축산물 물가도 11월에 5.6% 뛰며 물가 상승세에 0.42% 기여했다. 이상기온 탓도 있지만 수입산 축산물·수산물·과일 등이 환율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고환율은 국내 제조업과 건설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경인지방통계청의 ‘2025년 10월 수도권 시도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기도 내 광공업 생산지수는 134.2로 전년 동월 대비 8.8% 감소했다. 10월 도내 건설수주액은 1년 전보다 57.5% 급감했다. 군포시의 한 자동차 부품납품업체는 “납품단가는 그대로인데 수입원재료가 매달 오른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국적으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하다.
환율 발(發) 인플레가 가시화됐는데 문제는 환율 상승이 곧바로 물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입물가 변화가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려면 통상 1∼3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 고환율 효과가 본격 반영되기도 전에 물가가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환율문제가 내년 초 물가 흐름을 흔들 핵심변수로 부상했다.
더 큰 문제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금리 인상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책강구에도 환율이 물가안정 목표를 초과하는 수준을 지속할 경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2천조원에 육박해 금리 인상은 치명적이다. ‘코스피 5000’도 요원해진다. 환율 고공행진이 당분간 꺾이기 어렵다는 전망도 부담을 키운다. 고환율 원인을 놓고 설왕설래할 때가 아니다. 가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서 환율 안정에 진력해야 한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