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권중 200권 도내 곳곳 비치
초중고에도 무방비 노출 지적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년이 된 3일. 수원 광교에 소재한 경기도서관 3층에는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대통령 탄핵과 체제전쟁’ 등의 서적이 비치돼 있었다. 해당 도서는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이라고 판결한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그 계기인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창하는 내용의 도서는 경기도서관뿐만 아니라 경기도 내 공립도서관 곳곳에 비치돼 있다.
이 같은 도서들은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 일반 도민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자형(비례) 의원이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 내 시군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내 교육청과 경기도·시군이 운영하는 공립도서관에 비치된 비상계엄 옹호 및 부정선거 음모론 도서는 약 220권으로 파악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도태우 변호사가 필진으로 참여한 ‘스톱 더 스틸, 대법원의 부정선거 은폐 기록’이 총 168권으로 가장 많았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대통령 탄핵과 체제전쟁’ 37권,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이 필진으로 참여한 ‘87체제를 넘어 새로운 대한민국’은 15권이 도내 공립도서관에 비치돼 있었다. 220권 중 200권이 경기도서관 및 도내 시군이 운영하는 공립도서관(작은도서관 포함)에 있었으며, 과천·의정부 등 도교육청 도서관에도 7권, 초·중·고등학교도서관에도 13권이 있었다.
도서관 운영을 지원하는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 등 지자체들은 도서관에 비치된 도서는 각 도서관이 결정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도서관뿐 아니라 도교육청 도서관도 각 도서관 운영위원회가 결정해 도교육청이 관여할 수 없다”고 했고, 경기도서관 관계자는 “사서 전문연구진이 소속된 재단에서 요청한 도서를 중심으로 비치했다. 유해도서로 지정되지 않은 책까지 제한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공립도서관 도서 비치 기준에 대한 논란은 과거에도 줄곧 발생했다. 일부 정치, 종교적 성향에 따라 일부 도서를 도서관에 들여선 안 된다는 주장에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론이 맞섰다.
하지만 사실에서 벗어난 극단적인 주장으로 인해 12·3 비상계엄 등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사회 혼란이 발생한 만큼, 극단적 주장이 담긴 도서에 한해 공립도서관만이라도 비치를 제한하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자형 의원은 “12·3 불법계엄이 발생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담은 도서가 도서관에 비치돼 있다는 사실이 유감스럽다”며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제고할 수 있도록 도서심의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비상계엄에 대한 사법적 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옹호하는 등 일부 극우적인 주장을 그대로 담은 도서가 공립도서관에 제한 없이 비치돼 있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가 일정한 지침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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