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미술 찾아’ 공주로…
각국의 예술 낯설지만 신선
제일 많은건 ‘집’ 형태 작품
작가들의 작업장 소유 열망
먼 산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남아있던 11월의 끝자락, 다시 충남 공주를 찾았다. 공산성이나 무령왕릉을 보려는 게 아니다. 이름하여 ‘자연미술을 찾아서’였다. 공주는 1981년부터 ‘야투’(野投)라는 자연미술가 단체가수십 년간 국제 자연미술제를 개최해오고 있는 도시인데 일반인들에게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구도심에는 제민천을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오래된 건물들이 나지막하게 들어서 있는데 그 중심에 야투를 처음 시작한 미술가 고승현씨가 운영하는 ‘자연미술관 고(ko)’가 위치해 있다. 담쟁이 넝쿨로 감싸져 지붕을 삐죽 내밀고 있는 미술관은 1960년대 지어진 방직공장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움푹하게 파인 아담한 마당이 나타난다. 잔디가 깔린 그곳에는 곳곳에 조각작품이 설치돼 있고 주변에 나무와 꽃들, 한편에는 잉어가 노니는 연못까지 있어 분위기가 남다르다. 건물에 들어서면 독특한 구조의 2층짜리 갤러리와 찻집이 나온다. 갤러리에는 김성헌, 이종관, 로저 리고스, 이윤숙의 작품이 설치돼 있고 2층에는 36개국 198명의 작가들이 제작한 12센티의 큐브 작품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앙증맞은 작품들은 작가란 창의성과 함께 무엇보다 손이 야문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찻집의 정면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형 ‘모나리자’가 걸려있다. 이렇게 큰 모나리자의 그림은 처음 본다! 이 찻집의 대표 메뉴는 대추차다. 대추차의 달콤한 향이 전시장에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실제 대추차를 마시면 진하면서도 맑고 달달한 맛에 찬탄을 금치 못한다. 조만간 이곳은 대추차의 명소가 될 것이다.
지난 9월 초, 전시회가 열리기 전 이곳에 왔던 필자는 그때 한창 작업중이던 여러 명의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먹는 것도 마다하고 밤중까지 작업에 열을 올리던 프랑스 작가 프레드 마틴, 작업하는 걸 유심히 보던 필자를 위해 함께 사진을 찍자던 폴란드 작가 피오트르 베솔로슈키, 천장에 소나무 옹이로 물방울 형상을 아름답게 표현하던 조각가 이윤숙, 공중에 공학적인 형상을 치밀하게 만들어가던 독일 작가 로저 리고스, 이발소 그림을 재구성하던 임재광….
지난 9월13일부터 11월30일까지 이어진 전시회 기간 동안 꼭 관람하리라 결심하고 있던 터라 다시 공주를 찾는 것에 망설임은 없었다. 작가들의 완성된 작품은 어떤 형상일까 궁금했는데 그중에서도 프레드 마틴의 작품이 더 보고 싶었다. 그가 사람 얼굴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잘게 쪼갠 대나무로 아버지를 큰바위 얼굴처럼 만들어놓았다. 쭉쭉 뻗친 머리카락에 크게 벌어진 입, 무표정하지만 고단함이 묻어나는 노인의 얼굴이 출입문 벽면에 떡 붙어있다. 작품이 우리를 빨아들일 것만 같다.
이 미술관과 연계해 봐야 할 곳이 연미산자연미술공원이다. 연미산은 역시 고승현씨가 2년마다 개최하고 있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가 열리는 장소이다. 각국에서 오는 미술가들은 약 1달 동안 연미산에 머물면서 작품을 제작하는데 2016년부터 지금까지 모아진 작품은 모두 72점이다. ‘자연미술’이란 본디 작가가 빈 마음으로 자연에 들어가 자연이 주는 현상과 더불어 작업하는 것을 말한다. 즉흥적이기에 남는 것은 사진과 영상뿐이다. 연미산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연에서 작업하고 작품을 그대로 놔둬 풍화작용으로 사라지게 하는 미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설치된 작품들은 산을 오르내리면서 감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39개국의 작가들이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환경과 역사와 문화에 따라 작업을 한 것이어서 낯설지만 신선했다. 이곳에서 제일 많은 것은 ‘집’이라는 형태의 작품들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집에 대한 동경은 어디나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작가들인 만큼 작업장을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이 더 강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최측은 작가들에게 ‘숲속의 은신처’라는 주제를 줘서 작업하도록 했기 때문에 많은 집들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숨바꼭질 하듯이 집 안으로 들어가 작은 구멍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잎새에 이는 바람’이 무심히 지나고 있었다.
/김예옥 출판인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