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사교육업체에 ‘문항 장사’를 한 교원들을 경찰에 무더기 고발하기로 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경기도교육청이 사교육업체에 ‘문항 장사’를 한 교원들을 경찰에 무더기 고발하기로 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경기도교육청이 사교육업체에 ‘문항 장사’를 한 교원들을 경찰에 무더기 고발하기로 했다. 이들은 시험 문항 거래와 불법 과외교습 등으로 수년 동안 거액을 챙겨왔다. 사교육업체들은 교사들을 모아 ‘문항 제작팀’을 꾸리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교사가 직접 나서 문항 공급 조직을 만들거나, 다른 교사를 끌어들인 경우도 있다. 민감한 성적 평가에 가장 공정해야 할 교원이 업체와 결탁해 비윤리·비교육적 행태를 일삼은 것이다.

감사원은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감사 보고서를 지난 2월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립·사립 교원 249명이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사교육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무려 212억9천만원을 챙겼다. 이 중 경기도 내 현직 교사는 80명, 32%에 달한다. 서울지역 162명 65%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도교육청은 사안이 엄중해 감사원에서 직접 조사한 7명을 제외하고, 73명에 대해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간 조사를 진행했다. 금품을 받아 챙긴 48명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고발할 예정인데, 나머지 25명은 대부분 징계 시효가 끝나 행정처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교육현장에서 자행된 ‘사교육 카르텔’의 실체는 대범하고 치밀했다. 용인의 한 고등학교 수학 교원 A씨는 지난 2016년 2월 수학 강사인 B씨에게 수능 모의고사 문항 검토를 의뢰받아 문항 거래를 시작했다. 같은 해 11월부터 EBS 문제집을 변형하는 방식으로 문항을 제작·판매했다. A씨는 혼자서 많은 문항을 만들기가 버거워지자 다른 학교 교원에게 ‘문항 하청’까지 줬다. A씨는 무려 7년 동안 총 61회에 걸친 위법행위로 3억2천600만원(세후)을 챙겼다.

수능과 모의평가 문항의 ‘판박이 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다. 유야무야 어물쩍 넘어가는 사이 공교육은 흔들렸다. 적발된 교원 중에는 수능 모의평가 출제위원도 있었다. 사교육업체가 교사에게 사들인 문항으로 강의하고 교재를 판매하면, 이를 구입해 공부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교육현장에서 용인할 수 없는 불공정이다.

‘사교육 카르텔’은 고질적인 문제다. 사교육 업체의 문항이 수능이나 내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박힐수록 사교육 의존도는 심화된다. 사교육업체와 교원의 유착 고리를 끈질기게 추적하고,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 왜곡된 사교육 시장을 바로잡는 것이 교육 개혁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