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최근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 2년간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붕괴 직전으로 몰아넣고, 환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천만한 치킨게임을 벌였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정책이 거대한 ‘행정 참사’였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요구와 지시에 따라 정부 기구는 통계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조작했던 것이다.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도 없이 진행된 정책으로 국가를 혼란에 빠트렸던 의대 증원 사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내세웠던 ‘2천명’이라는 숫자는 논리적 정합성을 상실한 데이터의 억지 결합이었다. 보건복지부는 2035년에 의사 1만5천명이 부족할 것이라 주장했으나, 이는 미래의 수급 불균형 추계치(1만명)에 현재 시점의 지역 간 불균형 수치(4천786명)를 기계적으로 단순 합산한 결과였다. 서로 다른 기준과 시점의 데이터를 섞어 ‘총량 부족’으로 둔갑시킨 통계적 기만이었다.
개탄스러운 것은 이러한 비과학적 결정이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맹목적인 지시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당초 복지부 내부는 문재인 정부 안을 일부 조정한 ‘500명 증원’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듭된 요구에 따라 증원 규모는 500명에서 1천명으로, 다시 2천명으로 급조되어 불어났다. 의대 증원 사태에 교육부의 책임도 크다. 교육 여건의 확인도 없이 대학별 정원을 주먹구구로 배정하여 결과적으로 교육 현장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정권과 정부가 합작한 총체적 부실 정책이었다.
무리한 정책 추진의 대가는 혹독했다.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들은 학교를 떠났다. 응급실 뺑뺑이로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들, 수술이 연기되어 고통받는 국민들의 피눈물이 지난 2년을 채웠다. 무너진 의료 체계를 지탱하기 위해 수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과 예비비가 투입되었지만,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호언장담했던 ‘의료개혁’은 ‘의료파괴’로 귀결되었다.
2년 동안 국가적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에게 고통을 준 당시 정책 결정 라인, 즉 전임 대통령과 복지부·교육부 장관 등 책임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정책 실패를 넘어선 절차적 불법행위에 대해 관용은 있을 수 없다.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법적 책임을 성역 없이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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