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위험 키우는 용도외 사용… 다세대주택의 잠자는 ‘화약고’

 

성남 지하주차장 불, 70대 중태

작업실서 합선 추정… 도면과 달라

전기 사용 많고 가연성 물질 보관

지자체에 신고 없이 ‘개조’ 관행

지난달 30일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3층짜리 다세대주택 지하주차장 내 작업실에서 불이 나 70대 주민이 중태에 빠졌다. 2025.11.30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달 30일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3층짜리 다세대주택 지하주차장 내 작업실에서 불이 나 70대 주민이 중태에 빠졌다. 2025.11.30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달 30일 오후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 3층짜리 다세대주택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70대 주민이 중태(12월2월자 7면 보도)에 빠졌다. 집주인이자 3층 거주자인 A씨는 집에서 저녁 식사 중 큰 ‘쾅 ’소리를 들은 뒤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갔다가, 이미 확산된 연기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사고 나흘째인 현재 자발순환은 회복했지만 의식은 찾지 못한 채 병원에서 고압 산소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내 작업실에서 발생한 전기 합선이 화재의 발단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해당 작업실은 관할 구청에 신고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작업실은 가로 1.5m 세로 7~8m 규모로 공구를 보관하는 용도로 쓰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청 관계자는 “사용승인을 받은 도면 상 지하 1층은 주차장으로만 설정돼 있다”며 “가벽을 세워 공간을 막고 창고 형태로 사용했다면 신고나 허가가 필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거주지에 설치된 부속 창고가 화재 위험 공간으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가연성 물질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고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아 화재 발생 시 피해 규모가 커질 우려가 크지만 신고 없이 임의로 설치하고 사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지난 2일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단독주택 부속 창고 건물(샌드위치 패널)에서 불이 나 1개 동이 전소했다.  2025.12.2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2일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단독주택 부속 창고 건물(샌드위치 패널)에서 불이 나 1개 동이 전소했다. 2025.12.2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6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거주지 임시 창고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9시3분께 이천시 장호원읍의 한 단독주택 부속 창고 건물에서 불이 나 50여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연면적 90㎡ 규모의 창고 1동이 전소하고 집기류가 모두 불에 탔다. 앞서 지난 9월에는 남양주시 다세대주택 1층 세탁실에서, 7월에는 포항 상도동의 한 다세대주택 지하실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이처럼 거주지에 딸린 창고에서 난 화재는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가연성 물질이 많고 전기 사용은 잦지만 환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별도 신고 없이 용도 외 사용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경기 남부지역 한 지자체 시설관리 관계자는 “기존 허가 용도 외로 사용하려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 행위허가 대상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소방시설 설치 필요성 등 관련 법령 적용 여부가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정된 용도를 지키는 것이 화재 피해를 줄이는 기본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허가 용도 외 사용은가연물 증가로 위험성을 높이는데, 일반적인 생활 공간이 아니다 보니 화재 인지가 늦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허가받은 용도 외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