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구의 27% 주식투자, 아시아권 톱

3분기말 가계신용 잔액 1968조 ‘사상 최대’

IMF 경고… 외환위기 떠올리면 모골 송연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

미식축구 NFL(National Football League)의 결승전인 ‘슈퍼볼’은 3억5천만명의 미국인들을 열광시키는 미국 최대의 스포츠축제이다. NFL 소속 32개팀이 내셔널 풋볼 컨퍼런스(NFC)와 아메리칸 풋볼 컨퍼런스(AFC)로 나뉘어 매년 9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6개월 동안 리그전을 벌인 후 NFC와 AFC의 우승팀이 ‘슈퍼볼’에서 단판 승부를 벌인다. NFL의 명문 구단이자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를 연고지로 둔 ‘포티나이너스(49ers)’의 숫자 ‘49’가 인상적이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포티나이너’(49er)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 혹은 ‘행운을 쫓는 사람’으로 통용되는데 19세기 중반 미국 서부개척시대를 배경으로 등장했다. 1848년에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사금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퍼지자 1849년부터 1850년까지 단기간에 미국 총인구 5천만명의 5%인 25만여 명이 서부로 대거 몰려들었는데 이 현상을 ‘골드러시’로 이 대열에 동참한 이들을 49ers라 지칭했다. 골드러시는 대륙국가 미국의 탄생에 일등공신이었으나 당시 엘도라도(황금의 도시)를 찾아간 이들은 대부분 중도에서 죽거나 파산했고 극히 일부만 잭팟(jackpot)을 터뜨렸다. 이들은 ‘개같이 벌어 개같이 쓰는’ 미국판 졸부들의 전형이었다.

국내에도 ‘돈이면 저승에서도 통한다’는 식의 배금(拜金)주의 경향이 심하다. 금전적 이익 앞에서 법조인들은 법과 정의의 여신인 디케를 외면하고,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들은 환자의 이익에 충실하라는 히포크라테스의 가르침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얘기로 치부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가방끈이 긴 데다 선망의 직종인 고소득 전문직들의 황금에 대한 탐닉이 도를 넘는 지경이니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주 52시간 근무제와 4차 산업혁명 덕분에 직장인들이 본업 외에 한 개 이상의 부업을 뛰는 N잡러가 보편화되었으며 심지어 돈이라면 마약까지 운반하는 사례도 확인된다. 지난 8월 캄보디아에서 범죄단체의 고문으로 사망한 대학생도 고액의 일자리를 찾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금리시대에 즈음한 주식투자 붐은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의 주식거래 인구수는 약 1천400만명으로 총인구의 27%이다. 2013년의 약 507만명(총인구의 10%)에서 10년만에 무려 3배가량 급증했다. 총인구수 대비 주식투자인구비율은 미국이 55%로 세계 1위이고 캐나다(49%·2위), 호주(37%·3위), 영국(33%·4위), 뉴질랜드(31%·5위)에 이어 한국은 세계 6위로 아시아권에선 단연 톱이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일본은 15%로 세계 13위이고 세계 3대 주식시장의 한 곳인 홍콩은 14%로 19위에 불과하며 타이완(13%)은 20위에 랭크되어 있다. 개발도상국을 갓 벗어난 우리나라는 경제력에 비해 주식투자 인구비율이 매우 높다. 가상화폐 투자자도 지난해 말 기준 970만명(총인구의 19%)에 이른다. 시가총액이 107조원인데 가장 많은 거래 연령대는 30대이다.

산이 높으면 그늘은 더 넓고 깊은 법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내 주식이 저평가되었다며 ‘코스피지수 5000’을 운운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하이 리스크’(고위험)에 노출될 개연성이 커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국내외를 누비며 돈 냄새가 나는 곳마다 부나방처럼 몰려든다.

주식, 채권, 파생상품 투자 등 머니게임에 나섰다가 파산한 케이스가 얼마인지 자료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올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968조3천억원으로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 등의 잇따른 경고가 주목된다. 국내 기업들이 ‘빚투(빚 too) 경영’에 올인했다가 한국경제가 거덜났던 1997년 외환위기를 떠올리면 모골이 송연하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황금만능주의, 천민자본주의에 매몰된 느낌이다. 태백산맥의 소설가 조정래는 ‘황금 종이’(돈)를 유일신으로 섬기는 인간군상의 비극적 향연을 개탄했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