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축구팬들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8일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수원FC가 부천FC의 제물이 되는 장면을 홈구장에서 지켜봐야 했다. 이미 1차전에서 0-1로 패한 수원FC가 더 절박했다. 말 그대로 벼랑 끝 승부였다. 하지만 후반 56분 싸박의 득점을 끝으로 골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2부 리그 3위 팀이 1부 팀을 꺾고 승격한 건 승강제 도입 이래 처음이란다. 설마 했던 팬들은 ‘2연패 강등’ 충격에 빠졌다. 수원FC는 6년 만에 다시 2부로 이삿짐을 싸야 한다.
수원FC는 2003년 수원시청 직장운동경기부로 출발했다. ‘실업리그’를 거쳐 ‘2부 리그’에 입성했다. 2016년에는 실업리그 출신 팀 최초로 ‘K리그1’ 무대를 밟았다. 2021년 5년 만에 재승격에 성공한 수원FC는 다섯 시즌 동안 중위권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해 ‘손준호 사태’가 터졌지만, 뒤숭숭한 팀 분위기를 수습해 상위 스플릿에 올랐다. 수원시는 올해 162억원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유 운영하는 프로축구 시·도민구단 14개 팀 중에서 지갑이 가장 두툼하다.
잘나가는 수원FC에 몰락의 전조가 보였다. 올 시즌 초반부터 단골 꼴찌였다. 개막 7경기 무승, 개막 11경기 단 1승이라는 기록은 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알짜 선수 영입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강등권 탈출에 실패했다.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 감독과 단장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부천전 패배 후 김은중 감독은 “매년 선수단 절반이 바뀌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주장 이용도 프런트가 바뀌어야 한다고 직격했을 정도다. 내홍으로 2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까 걱정이다.
내년 K리그1에 수원은 없다. ‘레알 수원’이라 칭송받던 수원삼성마저 승격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강등된 후 3년 연속 2부 신세다. 창단 30주년인 올해 준우승까지 올랐지만, 승격의 축포는 쏘지 못했다. 수원FC와 수원삼성 블루윙즈의 ‘수원 더비’는 1부가 아닌 2부에서 맞붙는다. ‘축구 수도’를 자처하기도 민망해졌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위기를 딛고 더 강해질 수 있다. 18년 만에 첫 1부리그 입성의 기적을 쓴 부천FC, 1년 만에 다이렉트 승격하는 인천유나이티드의 투지가 증명한다. 그래서 12번째 선수, 수원 축구팬들의 응원 함성도 작아지지 않을 테다. 팬송 ‘승리의 수원’과 ‘나의 나의 수원’은 멈추지 않는다.
/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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