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의 있는걸로 단정 처분
“평등·행복추구권 침해” 판단
박지원 의원 “형소법 개정 추진”
해외에서 마약이 포함된 음식을 먹었다가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항공사 객실승무원이 헌법소원을 내 처분 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청구인 김모씨가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를 상대로 낸 기소유예처분취소 헌법소원심판에서 “기소유예 처분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국내 한 항공사 객실승무원인 김씨는 지난 2023년 5월30일 태국 방콕의 한 카페에서 대마 성분이 함유된 도넛과 음료를 섭취했다. 카페 상호와 음식 용기에는 대마초를 뜻하는 ‘cannabis’가 적혀 있었는데 그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음식을 주문했다.
뒤늦게 대마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된 김씨는 귀국 후 인천국제공항경찰단을 방문해 자진신고했다. 경찰은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고, 소변에서 대마 성분이 검출됐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김씨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대마)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환경이나 범행 동기 등을 고려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이다.
검찰은 앞서 2011년 일본 한 클럽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가수 지드래곤도 조사 과정에서 자백한 점,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었다.
기소유예 처분을 두고 김씨는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대마 섭취의 고의가 전혀 없었는데도 검찰권이 행사됐다는 취지였다.
헌재는 “청구인은 음료와 간식을 촬영한 뒤 올린 SNS 게시물에 동료가 단 댓글을 읽고 나서야 대마 성분이 함유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음료와 간식에 대마 성분이 함유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당시 청구인이 항공사 승무원으로서 태국 운항 일정을 수행한 경력은 2개월에 불과했다”며 “승무원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대마를 뜻하는 단어를 잘 알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은 증거가 부족한데도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에게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의 고의가 있는 것으로 단정해 만연히 기소유예 처분했다”며 “그 처분에는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고 할 것이다”라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은 헌법소원심판을 통해서만 취소할 수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지원(민·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 의원이 올해 7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 건수는 총 79만7천718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청구된 기소유예처분 취소 헌법소원은 총 1천283건(처분 대비 0.2%)으로, 연평균 256건꼴이었다.
당시 박 의원은 “기소유예 처분은 다투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로, 변호사 대리 없이는 사실상 청구가 어려운 제도”라며 기소유예 처분 역시 행정소송을 통해 사법적 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