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男 직장상사 인권침해 주범
커리어 최정점 직책·인격 혼동에
권위주의 경험·결과 중시 사고도
직급 오를수록 아랫사람 존중을
화제의 드라마가 끝났습니다.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제 귀에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려왔으니 가히 성공한 드라마라 할만합니다. 사실 서울에 자가를 가지고 있고 대기업에서 부장 직책까지 올랐다면 누구에게라도 선망의 대상이 될만하지요. 서울 주택의 평균 매매가는 2025년 5월 10억원을 넘겼습니다. 아파트만 따지면 평균 13억원을 훌쩍 넘어섭니다. 자산 기준으로 10억원은 대한민국 상위 10% 안에 드는 규모입니다. 대기업에 다녔고, 부장님 소리까지 들었다면 을로 산 시간보다는 갑으로 산 시간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마음 졸일 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적었을 것이라는 뜻이지요. 누가 보아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만합니다.
‘50대 김 부장이 전형적인 가해자…인권침해 절반은 직장에서’. 최근 발표된 ‘2025 인권의식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보도한 한 언론의 헤드라인입니다. 성공한 김 부장의 또 다른 측면이지요. ‘한국 사회에서 인권침해를 주로 저지르는 사람은 50대 남성 직장 상사다. 지난 1년간 인권침해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 45.2%가 직장을 피해 장소로 꼽았다. 남성이 58.2%였고, 연령대로는 50대가 34.7%로 가장 많았으며, 60대 이상이 28.2%로 그 뒤를 이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왜 50대, 남성, 직장 상사가 인권침해의 주범이 되었을까요. 먼저 50대는 직장에서 가장 높은 직위에 오르는 시기이지요. 50대 이후 커리어를 이어가는 직장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50대 중후반이면 최정점에 올라섭니다. 자신의 위에 있는 사람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게 되지요. 그러다 보니 자신의 직책과 인격에 혼동이 오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질책 대신 ‘부장님 멋져요’, ‘부장님 대단하십니다’ 이런 영혼 없는 칭찬을 더 많이 듣게 되지요. 직책에 대한 의미 없는 헌사를 자신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뜻이지요. 물론 나이가 들면 인격이 성숙해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력이 더해지지는 않습니다. 배 둘레가 늘어나고 이마도 넓어지는 것과 매력은 비례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다음으로 한국 사회에서 50대 남성은 권위주의 시대를 경험한 세대입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의 뜻도 알고 있고 술자리에서 음담패설쯤은 면책되었던 시대를 살기도 했지요. 자아를 형성하는 10·20대의 시절이 현재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강산이 변했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과거를 사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X세대를 넘어 MZ세대에 이른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지요.
나이가 들수록 남성에게는 점점 더 무서워지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배우자이지요. 가정에서는 아내의 말씀이 신의 말씀처럼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자신의 권위가 살아 있어야 실적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입에서 나간 말에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부여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권위에는 음습한 기운이 묻어있기 마련입니다. 타인의 인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게 되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절차보다는 결과나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고체계가 한몫하고 있습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윗사람의 말보다는 아랫사람의 말을 더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김 부장은 후배 부장과는 달리 아랫사람보다는 윗사람의 말에 예민했었지요. 그 결과 ‘꼰대’라는 평가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인권침해의 주범으로까지 몰리게 된 것입니다.
흔히들 물건은 고쳐 쓸 수 있지만,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고 합니다. 사람의 인격이나 가치관의 고정성을 나타내는 말로 이해되지요. 하지만 고치는 주체가 자기 자신이라면 달라지게 되지요. 다른 사람에 의해서는 고쳐지지 않지만 스스로는 고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50대 남성의 가장 큰 매력은 그동안의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한 개방성, 포용성이 아닐까요. 사면초가에 몰린 김 부장을 보며 든 생각입니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경인일보 Copyright ⓒ 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