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 아이에게 “교회 나오라”
오인한 시민 신고로 경찰 출동
미수 사건 늘어… 경계심 커져
지난 9일 오후 4시께 ‘수원시 장안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납치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112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곧장 인근 경찰서 지구대, 형사과, 여성청소년과 등 3개 부서 소속 경찰관들이 출동할 것을 요청했다.
순찰차 4대가 현장에 투입된 이 소동은 다행히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인근 교회 신도 8명 가량이 하교 시간에 맞춰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교회에 나오라”며 포교 활동을 벌였는데, 이를 납치 시도로 오해한 시민들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수원시에서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포교 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유괴 미수로 오인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학교 앞 포교가 익숙한 기성세대는 상황을 이해한다면서도, 사이비 종교의 위장 포교나 유괴 미수가 많아진 만큼 아이들이 방심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유괴 및 유괴 미수 사건 수는 319건에 달했고, 이중 경기도가 97건으로 가장 많았다.
광명시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키우는 박모(38)씨는 “학교 근처나 집앞에서 유괴 시도가 벌어졌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다보니 아이가 낯선 사람과 말을 섞는 게 불안할 때도 있다”며 “오인 신고가 있더라도 주변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어른들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사이비 종교의 위장 포교가 대두되면서 낯선 사람이 말을 거는 것 자체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점도 우려를 키웠다.
안양시에 사는 손모(31)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집에 가는 길에 교회 팸플릿과 함께 과자를 나눠주는 어른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포교 활동이 낯설지 않다”면서도 “요즘엔 사이비 종교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많다보니 조카가 사탕을 받아 오면 거절하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유괴 범죄가 재등장한 상황에서 오인 신고라도 시민들의 경각심을 마냥 부정적으로 봐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오히려 유괴범들이 ‘전도한 것’이라며 핑계를 댈 수도 있기 때문에 오인신고를 마냥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며 “경찰력이 다수 투입됐더라도 시민들이 범죄에 문제의식을 갖고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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