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에 한해 특화단지 지정”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이후
수도권서 멀수록 재정 지원 우대
인력난 심화속 효과 낼지 미지수
경기도 소부장 육성 계획도 차질
정부가 ‘반도체 세계 2강’으로 도약하겠다며 육성 전략을 발표했지만, 정작 반도체 산업의 핵심 지역인 수도권엔 향후 신규 클러스터를 구축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 완료된 이후에는 사실상 관련 산업을 비수도권 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인력 유치가 어려워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도권 역차별 논란 등도 예상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해당 전략에서 정부는 ‘향후 반도체 등 첨단산업 특화단지는 비수도권에 한해 신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기반 구축,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투자 지원금 등을 비수도권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비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종사하는 연구 인력엔 노동 시간을 다소 유연하게 하는 등 수도권에서 멀수록 인프라·재정 지원 등에서 우대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그러면서 광주엔 반도체 첨단패키징 클러스터를, 부산엔 전력반도체 생산 허브를, 경북 구미엔 반도체 소재·부품 생산기지를 각각 조성해 이른바 ‘남부권 혁신벨트’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해당 벨트를 현재 용인 등에 건설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또 삼성·SK키파운드리·DB하이텍과 협의해 4조5천억원 규모의 국가 1호 팹리스-파운드리 ‘상생 팹’을 설립하겠다면서도, 비수도권에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지난 2019년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시기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했던 것을 거론하며 “경기도와 관련된 일이라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니 ‘내가 왜 그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입지가 용인으로 결정된 시기는 이 대통령이 도지사로 재직했던 2019년이었다. 해당 클러스터 유치는 경기도가 반도체 산업 핵심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지만,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비수도권에 유치하는 게 더 좋았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반도체를 비롯해 관련 소부장 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경기도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이 같은 비수도권 분산 계획이 어느 정도로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인력 유치가 대표적 문제다. 정부가 이날 밝힌 대로 반도체 산업의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 속, 그나마 있는 국내 인력들도 근무지를 선택할 때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기피하는 경향은 비교적 뚜렷하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용인에 들어서게 된 것도 인력 문제가 주된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기업들이 인력을 유치하지 못해 해당 지역에서 반도체 산업이 안착하지 못하면 수도권에서 멀수록 우대하겠다는 정부 방안도 큰 효과를 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편 정부는 오는 2047년까지 약 700조원 투자를 통해 팹 10기를 신설, 용인 등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세계 최대·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전력·용수 등 필요 인프라를 국가가 책임지고 구축하겠다는 점도 부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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